재독 사회학자 송두율(59)씨는 2일 오후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동안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부 곤혹스런 질문에는 식은 땀을 흘리기도 했다.1일 오전부터 발표문 작성을 위해 두문불출했던 송씨는 2일 오전 학술단체대표자협의회 소속 교수들의 조언을 받으며 원고를 교정한 뒤 점심식사도 거른 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단상에는 부인 정정희(61)씨와 두 아들 준(28) 린(27)씨 등도 함께 했다.
내외신 기자 200여명이 취재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송씨는 그동안의 자신의 행적과 입장을 정리한 '그간의 활동에 대한 자성적 성찰'이라는 A4용지 5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빠른 속도로 읽어내려 간 뒤 기자들의 질문에 거의 뜸을 들이지 않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한 월간지 기자가 그동안 논란이 됐던 교수 신분과 관련, "강사냐 특약교수냐"고 묻자 그는 "(독일 학제를) 모르면 입을 닫으라"며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회견 내내 '후보위원 인지 시기'등 과거 행적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는 연거푸 물을 마셨으며 '김철수'라는 말을 할 때는 땀을 닦는 등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70년대 후반부터 독일에서 송씨와 유학생활을 함께 했던 성균관대 정현백(여) 교수는 기자회견 사회를 보면서 빠른 한국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송씨를 위해 '통역'에 나서는가 하면 "국가보안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 피조사자 신분인 송 교수에게 부적절한 질문"이라고 제지하는 등 기자회견을 차분하면서도 매끄럽게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정 교수는 마지막 발언으로 "이번 기자회견은 현대사 청산의 의미가 있다"며 "잘 보도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동안 송씨 입장을 대변해 온 김형태 변호사는 이 날 '김철수' 가명 사용이 발표문에 누락된 것을 기자들이 항의하자 단 한 차례 단상에 올라 "실수로 빠진 것"이라고 답했다. 송씨는 회견이 끝나자 "후련하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호텔을 나가 시내 모처에서 가족과 서울대 김세균 교수 등과 함께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한 뒤 밤 늦게 숙소로 돌아와 3일 검찰 소환에 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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