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2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SK그룹은 물론 재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SK그룹은 손 회장이 지난 3월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수사 때처럼 불구속 기소될 것을 기대하면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SK, "경영공백 없다"
SK는 손 회장의 소환 충격에도 불구, 경영공백은 없을 것이라며 계열사 최고경영자 중심의 자율경영을 통해 네트웍스의 정상화에 힘쓰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병 보석으로 풀려난 최태원 SK(주) 회장이 당장 경영에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오너와 전문경영인간의 파트너십 원칙에 따라 계열사 경영은 사장단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해운의 비자금 수사를 통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거액이 정치권에 흘러간 것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경영진이 또 한차례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그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손 회장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 경우 최 회장의 경영복귀가 예상보다 빨라지거나 그룹 원로인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과 황두열 SK(주)부회장 중 한 사람이 그룹의 얼굴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태풍권 휩싸인 전경련
전경련도 현명관 부회장 주재로 이날 긴급간부회의를 갖고 "회장 문제는 정부나 여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회원사와 회장단의 의견이 중요하다"며 회장단이 결정을 내릴 때까지 리더십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손 회장이 구속될 경우 회장직을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손 회장이 평소 "전경련의 명예를 지키겠다"고 강조한 점을 감안하면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손 회장 퇴진시 삼성 이건희 회장이 차기회장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의 대통령 리더십 비판이후 정부와 재계 사이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는데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 검찰수사대상에 올라있어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형편이다.
또 다른 '재계 빅4총수'인 현대차 정몽구 회장과 LG 구본무 회장도 전경련이 삼성에 편향되어 있다며 전경련과 담을 쌓고 있어 회장 추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년 2월 정기총회까지는 회장을 선임하지 않고, 대행체제로 갈 가능성도 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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