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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KT 名退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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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KT 名退 그 이후

입력
2003.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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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5,505명에 달하는 거대인력을 일시에 방출한 KT 서울 광화문 사옥 주변은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인근 식당 곳곳에선 조촐한 환송 자리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떠나는 사람이나 남은 사람이나 착잡한 표정은 마찬가지 였다.전체 직원의 10%가 넘는 인원이 옷을 벗어 단일기업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한 KT의 특별명예퇴직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회사측은 큰 마찰 없이 원만한 노사 합의로 인력감축에 성공한 구조조정의 모범 케이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조직의 탄력성이 배가되고, 인건비와 후생비 지출을 줄여 기업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체로는 해직인력만큼의 실업부담을 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통신시장을 지배하며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는 거대기업이 수많은 인력을 거리로 내몬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공공의 성격이 강한 대기업이라면 고용안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KT의 특별 명퇴에 대한 두 가지 시각은 현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양면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시장쪽에선 한국경제가 구조적 침체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보다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반면 노동계와 학계 일각에선 고용안정이 없는 한 어떤 성장이나 도약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참여정부 역시 지난 8개월을 두 가지 요구의 틈 바구니에서 갈팡질팡해온 것이 사실이다.

감원은 어쨌든 단행됐고, 앞으로 다른 기업에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고용책임도 결코 외면할 수는 없다. 이 두 가지 수요를 함께 충족시키는 길은 결국 잉여인력정리는 지속하되 신진인력 역시 계속 충원해 구조조정과 청년실업해소를 함께 모색하는 일 뿐이다.

이성철 경제부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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