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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존 쿳시/청교도적 작가… 한국史도 관심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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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존 쿳시/청교도적 작가… 한국史도 관심 커

입력
2003.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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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월 남아공 케이프타운대 영문과 객원교수로 일하면서 존 쿳시를 만났다. 99년 12월까지 남아공에 머물면서 쿳시와 교분을 나눴다. 나는 남아공 문학 전공자로 쿳시의 문학세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었으며, 부커상을 수상한 소설 '추락'을 번역하기로 결정했을 때였다. 쿳시는 말수가 적고 예민하며, 접근하기 어려운 작가다. 가끔 점심을 함께 했는데,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얘기를 귀 기울여 듣는 편이었다. 동료 교수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으며, 주변 사람들도 그를 어렵게 생각했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도 좀처럼 응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철저한 '소설가'였다. 쿳시는 하루도 빠짐없이 소설을 썼으며, 지극히 청교도적이고 작가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학문적 업적도 대단해서 하버드대 등 유수 대학에서 그를 영입하려고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그는 한편으로 대단히 사려 깊은 작가이다. 작품을 번역하는 내내 질문에 꼼꼼하고 친절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답했으며 문장을 다듬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쿳시는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으며, 특히 일제 식민지 시대를 겪은 한국의 상황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때의 인연이 이어져 지금까지 이메일을 주고받고 있다.

최근 그에게 남아공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나는 언제나 미래보다는 과거에 대해, 과거가 현재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방식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답했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면 비관적 입장이 된다"면서도 자신의 글이 "한두 사람 정도에게, 과거를 통째로 버리고 싶은 생각이 그들에게 들 때, 그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망을 밝혔다.

백인인 자신이 직접적 지배자의 역할을 담당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자신도 폭력적 제국주의에 무관하지 않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어떤 작가보다도 정직하다. 지금껏 노벨문학상에 대한 논란이 많았지만 쿳시의 수상은 세계가 인정할 만한 것이다.

/왕 철 전북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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