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씨는 1968년 독일로 유학간 이래 사회학과 철학을 아우르며 북한을 비롯한 여러 사회주의 국가의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한 사상적 방법론을 끊임 없이 모색해 온 학자이다. 연구의 핵심에는 늘 한반도 문제의 해법 찾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이듬해 독일로 건너간 그는 처음 하이델베르크대에 배움터를 잡았다. 하지만 1년 만에 당시 사회비판이론을 대표하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아성인 프랑크푸르트대학으로 옮겼다. 위르겐 하버마스를 지도교수로 두고 철학과 사회학, 경제사 등을 두루 섭렵한 그는 72년 '헤겔, 마르크스, 그리고 막스 베버에게서 동양세계의 의미'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82년에는 사회주의에 대한 독일 좌파의 연구방법을 비판한 논문으로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자격을 얻었다.
북한 체제 해석과 관련한 송씨 연구의 키워드인 '내재적 방법론'은 그가 소련과 중국을 비교해 쓴 교수 자격 논문에서 이미 방법론으로 삼은 것이다. 10년 전 국내 학계에서도 적지 않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 방법론은 북한 연구에 사회과학의 일반 이론을 적용할 경우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며 외부의 시각이 아니라 북한이 추구하는 이념에 비추어 분석할 때만 북한 체제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는 요지이다.
이 방법론은 옛 소련 등과 달리 북한이 쉽사리 붕괴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 변화 방향을 예측하는 데 유효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과학성과 객관성을 가진 사회과학 이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종오 계명대 교수는 송씨와 그의 저작에 대해 "분단시대 한국 지식인의 한 입장 또는 좌표를 대표하며 그 입장을 발전시킨 학문적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국내에는 '역사는 끝났는가' '통일의 논리를 찾아서' '21세기와의 대화―발상의 전환을 위한 20가지 테마' '민족은 사라지지 않는다' '경계인의 사색' 등 송씨의 저서가 10권 가까이 소개돼 있다. 그의 저서는 남북 문제 외에도 세계화, 문명 충돌, 진보, 생태론 등 세계적 현안에 대한 다양한 관심사를 다루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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