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내음이 짙어간다. 앉아서 맞기에는 계절의 향이 너무 진하다. 바람이 덥지도 차지도 않으니 드라이브에 제격이다. 남양주로 향한다. 팔당댐에서 북한강 자락을 따라 가는 여행이다. 온 몸으로 가을을 느껴보자. 때 맞춰 지역 주민들이 마련하는 축제도 준비돼 있다.오전 8시 출발
수도권 북부에서 출발하면 46번 국도를 타고 남양주 방향으로 직진한다. 수도권 남부에서 온다면 서울 외곽순환도로 남양주IC에서 빠져나오면 46번 국도를 만난다.
오전 9시 홍ㆍ유릉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홍ㆍ유릉(사적207호). 남양주시 금곡동에 있다. 홍릉(洪陵)은 조선 고종황제와 부인 명성황후의 합장묘다. 왕권이 무색할 정도로 외세의 간섭이 심했던 시기. 고종은 그러나 호칭을 왕에서 황제로 바꿔 중국의 황제와 동등한 위치에 올랐다. 왕릉도 당연히 다르다. 중국 명태조의 묘인 효릉을 본떴다. 제사를 모시는 정자각의 규모가 다른 왕릉에 비해 5배 이상 크며 명칭도 침전이라고 정했다.
조선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입구에 늘어선 석물이 기린, 코끼리, 사자, 낙타 등 국내에는 볼 수 없는 동물들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입구에서 왕릉까지 가는 길에 만나는 연꽃이 만개한 연못과 산택로 등이 운치있다. 홍릉에서 언덕 너머로 조선 마지막 임금 순조와 황후 민씨, 계후 윤씨의 합장묘다. 규모는 홍릉보다 조금 적지만 기본적인 배치는 유사하다. 주차장 2,000원. 입장료 500원. (031)591-7043.
오전 10시 다산유적지
여정을 팔당쪽으로 옮긴다. 홍ㆍ유릉에서 나와 덕소, 와부 방향으로 가는 길을 택한다. 20분 남짓 달리면 6번 국도와 마주친다. 곧장 직진, 팔당댐을 지나 45번 국도로 갈아 타면 춘천선 능내역과 만난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다산문화유적지’라는 이정표와 함께 두 장승이 버티고 서있다. 조안면 능내리 마현마을이다. 조선시대 실학사상의 대가였던 다산 정약용(1762~1836)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유적지입구에는 문화의 거리가 조성돼있다. 선생이 생전에 남긴 어록을 새긴 나무기둥, 선생이 발명한 거중기모형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유적지내에는 다산의 생가, 묘, 기념관 등이 들어 서 있다. 팔당호와 어우러지는 경치가 좋아 예비 신랑신부의 촬영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5일부터7일까지 이 일대에서 제17회 다산문화제가 열린다. 퇴계원산대놀이, 풍물놀이, 난타 등 전통공연과 클래식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있다. (031)592-0667.
오전 11시30분 수종사
45번 국도는 북한강은 물론, 건너편 광주시 남종면과 양평군 양수리를 한눈에 아우르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다산유적지에서 북한강 줄기를 따라 10㎞ 가량 가면 수종사입구를 만난다. 승용차로 올라갈 수 있지만 경사가 심하다. 도로폭도 좁아 중간쯤 가면 괜히 왔다는 후회가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부처상까지 200㎙ 남짓한 명상의 길을 걷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신라때 창건됐다가 사라졌으나 조선 세조가 중건했다고 한다.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水)이 종소리(鐘)를 냈다고 해서 수종사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웅전, 응진전, 종각 등의 모습이 화려하지 않고 소담스럽다. 세조가 식수한 것으로 전해지는 500년 된 은행나무도 볼거리다.
이 절의 압권은 멀리 남한강과 북한강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 양수대교 뒤로 두 강의 합류하는 두물머리의 느티나무까지 훤히 보인다. 한 폭의 그림이라는 말이 결코 진부하지 않다. 백만불짜리 전경이다. (031)576-8411.
오후 1시 점심
북한강 드라이브코스는 먹거리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솥밥, 불고기찌개, 도토리묵, 흑돼지 등 다양한 메뉴가 반긴다. 시골이야기(576-7425), 옹달샘(576-8853), 봉래보리밥(576-8897), 마현골(576-8258) 등.
오후2시30분 서울종합촬영소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에 위치한 국내 최대규모의 영화전용 야외세트장이다. 전체 부지 40만평, 3만평규모의 세트장 및 각종 촬영스튜디오, 영상지원관 등이 들어서있다. 공전의 히트작 ‘공동경비구역 JSA’의 판문점 세트장에서 선글라스에 헌병모자를 쓴 이병헌이 관광객의 사진촬영을 막는 장면을 재현해보자.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된 착각이 든다.
지난 해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장편경쟁부문에 오른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세트장도 구경거리. 19세기말 서울 종로거리를 재현한 이 곳에서는 연중 각종 영화촬영이 이뤄지고 있다. 운이 좋으면 유명한 배우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도 있다.
한국의 고전미를 살린 전통한옥 ‘운당’과 법정세트도 볼거리다.
영화의 원리와 역사를 이해하려면 영상지원관으로 가보자. 영화의 탄생과정은 물론 한국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았다. ‘영상체험관’‘영상원리체험관’ 등은 영화제작과정에 관람객이 직접 참가할 수 있도록 꾸며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밖에 미니어처 체험전시관, 영화의상 및 소품실, 한국영화 상영관 등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많아 시간가는 줄 모른다.
40여실 200명을 한번에 수용할 수 있는 춘사관이라는 숙박시설도 있어 주말이면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579-0605.
오후 6시 귀가
돌아가는 길은 늘 막히기 마련. 아까 타고 온 45번국도를 따라 팔당댐을 건너 광주로 향한다. 중부고속도로 경안IC까지 내려간 뒤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오는 방법도 우회도로로 고려해 볼만하다.
/남양주=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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