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중에 어김없이 찾아 오는 식사시간. 그저 허기를 채우는 정도로 때우기도 하지만 왠지 나름대로의 맛을 즐기고 싶다.지금은 상호가 바뀐 서울 그랜드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의 ‘산봉냉면’은 그렇게 시작해 단골이 늘어나고 명성을 얻은 곳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해 ‘서울 강남 사람의 70%가 알고 있었다’는 산봉냉면이 둔촌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주인은 태현실씨와 함께 활동했던 영화배우 주란지씨. 남편은 ‘빨간구두 아가씨’ ‘이정표’ ‘맨발로 뛰어라’ 등의 히트곡으로 유명한 남일해씨여서 냉면 맛과 함께 더더욱 관심을 끌었다.
냉면의 어떤 맛이 매력을 끌었을까? 굳이 표현하자면 ‘시원 새콤하면서도 약간은 달짝지근한’ 독특한 맛!
그릇에 담긴 하얀 듯 회색 빛깔의 면발은 부드러우면서도 입에서 슬슬 녹는다. 재료는 고구마 전분 100%여서 소화가 잘 되고 영양 또한 만점이다. 시원한 육수에도 비결이 숨어 있다. 사골을 끓인 육수와 적당히 숙성시킨 동치미 국물을 일정 비율로 섞어 냉면 육수로 사용한다.
반은 진국이고 반은 새콤하다. 육수의 맛을 살리기 위해 물은 전부 유명 브랜드 생수만 사용한다. 산 봉우리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물처럼 맑은 물을 쓴다고 가게 이름도 ‘산봉(山峰)’이다. 한 사발 들이키면 개운하면서도 산뜻하다. 같이 얹혀 나오는 오이 무 배추절임, 계란과 편육 등 고명도 먹음직스럽다.
1980년대 초반 당시 미국에 이민갔다 가족들 표현대로 ‘쫄딱 망해’ 돌아와 시작한 일이 식당 사업. 한 냉면집에 들렀다가 맛에 반한 주씨는 이후 그 집 조리사를 스카우트, 함께 특유의 맛을 개발해 냈다. 보통 냉면이라면 평양이나 함흥을 떠올리는데 이 집은 그것들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냉면과는 동떨어진 부산 출신인 그는 ‘어느 방식이든 맛있으면 된다’는 것이 지론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집은 냉면 집인데도 여자 손님이 더 많다. 60% 정도. 음식 풍이 현대적이면서도 특히 요즘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는 까닭이다. 외국에 이민갔다 귀국 후 산봉냉면을 먹고 싶다고 몇 년 만에 다시 찾아 오는 손님도 있다고.
직접 빚는 만두도 정갈하고 푸짐하다. 돼지고기에 양파 양배추 호박 부추 마늘 생강 올리브유까지 속을 듬뿍 넣어 알차다. 냉면 대신 만두만 먹으러 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싸가는 손님도 많다. 올 초 광화문에도 진출, 아들 정수원(33)씨가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 지하 2층에 분점을 냈다. 6일에는 여의도점도 오픈 예정. 정씨는 청담동에 인기 퓨전 로바다야키 ‘미즈’도 운영 중이다.
맛집 정보
메뉴와 가격
물냉면과 비빔냉면은 6,000원. 홍어가 들어간 회냉면 6,000~6,500원. 만두 5,000~6,000원. 둔촌점은 설렁탕(5,000원)과 불고기, 광화문점은 저녁때 파전 수육 홍어회 무침 등이 인기메뉴, 여의도점에서는 우삼겹도 한다.
영업시간 및 휴일 매일 밤10시까지. 연중무휴.
규모 및 주차 테이블 20여개. 주차 가능
찾아가는 길 5호선 둔촌동역 부근. 길동사거리에서 수서 방향으로 둔촌 아파트 건너편.
연락처
둔촌점 (02)473_3126~7,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점(02)775_8853 여의도점은 KBS 별관 부근 홍우빌딩내.
/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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