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관광위의 2일 KBS 국정감사에서는 또 정연주 KBS 사장의 간첩단 사건 연루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빚었다.한나라당 이원창 의원은 "1993년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황인욱씨가 출소하는 조직책을 통해 비밀지령문을 밀반출하려다 적발됐다"며 "지령문엔 '안기부가 추적 중이니 조심하라'는 경고와 간첩활동을 한 사람들의 이름이 있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정 사장"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당시 정 사장을 내사했던 검사들이 증언한 내용이고, 이 사실을 보도했던 기자에게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 사장은 황씨와 같은 노선을 걷는 사람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사상과 행적이 모호하고 의혹 투성이인 성분의 인물이 공영방송사 사장으로 앉아서는 안 된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정 사장은 "91년인가 92년에 동아투위 선배의 딸 가정교사로 있던 황씨와 한 번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93년 미국에서 일시 귀국했을 때 언론사 선배가 '지령문에 학계의 박현채 교수와 당신의 이름이 있다'고 알려줬다"며 "안기부에 근무하던 친구에게 알아보니 '조사를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정 사장이 정색을 하고 답변하자 "정 사장의 말을 들으면 지나가는 소도 웃을 것"이라며 "수사관 이야기는 정 사장을 오랫동안 추적해왔음을 알려주는 것으로 수사 기법상 당장 조사를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정 사장은 "도대체 무슨 연유로 리스트에 내 이름이 올라갔는지 정말 궁금하다"며 "한 점 의혹이라도 있으면 왜 수사기관이 10년간 한 번도 수사를 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왜 황씨가 목숨을 걸고 지령문을 작성했겠느냐"고 물고 늘어졌고, 정 사장은 "(황씨가) 억하심정이 있었던 모양"이라고 받아넘겼다.
이와 관련, KBS 홍보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황씨가 KBS 홍보실에 전화를 걸어 '정 사장이 양어머니와 잘 알아 같이 만난 적이 있는데 안기부의 역공작을 우려해 그의 이름을 거론했다. 이 의원의 발언은 정 사장 흠집내기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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