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국가의 통화절상을 요구한 서방 선진7개국(G7) 회의(9월20일) 이후 일본 엔화가치는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원화가치는 엔화에 비해 덜 올라 수년간 지속돼온 원·엔 환율의 1대10(100엔 당 1,000원) 등식이 흔들리고 있다.특히 최근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원·엔화 환율의 디커플링(동조화 탈피) 가능성을 공식 언급, 원화가 엔화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김 부총리는 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원·엔화 환율이 4년간 1대10을 유지해 왔으나 일본 경제가 빨리 회복되고 있어 이 구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원·엔 디커플링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달러화 약세 속에서 원화와 엔화의 동반 절상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총리는 "미국이 쌍둥이 적자 축소를 위해 아시아 통화에 절상 압박을 가하고 있으나 원화는 2002년 이후 달러화에 대한 절상률이 14%가 넘어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이며 물가를 감안하면 일본의 2배에 이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엔 환율(외환은행 종가 기준)은 지난달 15일 998.47원에서 다음날 1,002.83원으로 1,000원대에 올라선 후 9월18일 1,010.28원, 24일 1,026.59원, 2일 1,035.10원 등으로 상승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이는 엔화에 비해 원화가치 상승폭이 적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달 29일에는 엔·달러 환율이 0.78엔이나 떨어졌지만 원·달러 환율은 보합권을 유지, 원화의 '엔화 쫓아가기'에 제동이 걸렸음을 보여줬다.
원화에 대해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국내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반면 일본에서 부품·원자재를 수입하거나 엔화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나 경제 전체적으로는 '실'보다 '득'이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원·엔 환율의 디커플링은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초강세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므로 향후 지속성은 낮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일본과 경합 관계에 있는 수출 구조나 1대10을 적정한 원·엔 환율로 보는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를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원·엔 환율의 디커플링은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 디커플링이란?
함께 움직인다는 뜻의 커플링(coupling)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탈(脫) 동조화'를 의미한다. 국내 증시가 미국 뉴욕증시에 연동돼 움직이거나 원화가치가 일본 엔화가치와 동반 등락하는 경향(커플링)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행보를 보일 때 주로 디커플링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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