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야구사를 바꿔놓은 이승엽의 본적은 전남 강진, 프로 입단 당시 보직은 투수. 그러나 이승엽은 '달구벌 스타'로 아시아 홈런제왕의 권좌에 올랐다. 이승엽의 홈런드라마를 연출한 인생 역전 스토리 뒤에는 주연 만큼이나 빛나는 조연들의 조력이 있었다.이승엽의 홈런신기록 달성에 누구보다 감격의 눈물을 흘린 사람은 아버지 이춘광(61)씨. 이승엽의 홈런포를 기원하며 전국 각지의 경기장을 따라다니는 열성을 보인 이씨는 전남 강진이 고향이지만 대구 2군사령부에서 군 생활을 마친 후 친구의 동업제의로 대구에 정착하면서 아들에게 홈런공장 역할을 한 달구벌과의 인연을 맺어줬다.
대구 중앙초등학교, 경산중, 경북고를 거친 이승엽은 원래 투수였다. 당시 최고액인 1억 5,000만원에 삼성에 입단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이승엽이 타자 변신에 성공한 것은 4명의 조련사 덕분이었다. 먼저 타자 전향을 제의한 '은인'은 1995년 입단 당시 해외전지훈련에서의 우용득 감독과 박승호 타격코치였다. 그 이후 백인천 감독과 박흥식 코치의 도움과 조언에 힘입어 배트를 짧게 잡고 끊어 치는 전형적인 '짤순이 타자'였던 이승엽은 슬러거로 변신하게 된다. 96년 삼성 사령탑에 부임한 백 감독과 박 코치는 발을 약간 들었다가 내밀면서 폭발적인 힘을 실어주는 이승엽의 독특한 타격자세를 완성시켰다.
아시아 홈런 신기록 달성을 앞에 놓고 부진에 빠진 이승엽을 일으켜 세운 숨은 내조도 있었다. 바로 아내 이송정(21)씨의 기도. 지난달 25일 시즌 55호 홈런으로 아시아 타이 기록을 세웠을 당시 이승엽은 아내를 가장 보고 싶다고 밝혔을 정도로 이씨는 홈런영웅의 가장 큰 정신적 후원자였다. 시즌 54호 홈런은 아내 이씨의 주문대로 '밀어쳐' 만들어내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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