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시즌 최다홈런(55개) 기록을 경신한 이승엽(27·삼성)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시대를 열 수 있을까. 이승엽의 스카우트를 위해 직접 대구구장을 방문한 토미 라소다 LA다저스 부사장이 "빅리그에서도 통하는 타격"이라고 치켜세우기는 했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각 또한 만만찮다.비관적인 견해는 양국 프로야구의 엄연한 실력차에서부터 출발한다. 일단 투수가 다르다. 국내와는 달리 메이저리그에서는 150㎞ 정도의 강속구를 뿌려대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그것도 스트라이크 존을 구석구석 찔러대는 다양한 구질과 제구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시즌 50호 홈런을 기록한 대표적인 슬러거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가 올 시즌 16홈런에 그쳤지만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진다. 특히 좌우폭이 우리보다 좁은 대신 위아래로 넓은 스트라이크 존을 갖고 있는 메이저리그의 투수들이 이승엽의 취약점인 몸쪽 낮은 코스를 향해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117.86m의 평균 비거리를 갖고 있는 이승엽의 홈런아치가 메이저리그 담장을 손쉽게 넘을 수 있을지도 새겨 볼 일이다. 이승엽은 올 시즌 전체 홈런 중 60% 이상(35개)을 좌우측이 95m, 센터는 117m에 불과한 대구구장에서 쏘아올릴 만큼 편식증을 보였다. 그러나 이승엽이 빅 드림을 실현해야 할 메이저리그 구장은 대부분 좌우펜스가 100m를 넘고 높은 담장으로 형성된 센터는 120m를 훌쩍 넘어간다. 특히 이승엽에 관심을 보이는 LA다저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홈구장은 파울존이 넓게 조성돼 있고 지형상 플라이볼이 멀리 날아가지 않는 등 전통적으로 타자에게 가장 불리한 구장들로 손꼽힌다.
치열한 주전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도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 각 팀의 주전 1루수는 대부분 간판타자들이다. 3할의 타율에 100타점 30홈런을 기본으로 쳐야 인정받을 수 있다. 방망이 뿐만 아니라 주루와 수비 능력까지 겸비해야 하는데 이승엽은 타격에 비해 두 가지가 떨어진다는 것도 지적된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이승엽의 재능만 보면 충분히 통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홈런 20개, 2할8푼∼2할5푼 사이의 성적만 낸다면 대성공"이라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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