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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레포츠가 좋다- 스포츠카이트

입력
2003.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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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높이 날아라, 내맘마저 날아라, 고운꿈을 싣고 날아라.”(라이너스의 ‘연’중에서)서울 한강 둔치 잠실선착장앞 잔디공원. 배낭을 맨 30~40대 10여명의 장정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잔디에 짐을 부려놓는다. 연이어 이들이 꺼낸 것은 일반 연보다 수십배나 큰 대형 연. 스포츠카이트(sportskite)다. 적은 것은 면적이 2~3㎡, 큰 것은 10㎡가 넘는다. 가오리, 방패, 패러글라이드 등 생김새도 가지가지. 연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낙하산에 가깝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비를 뿌리기를 9주. 하늘은 10주만인 지난달 21일 모처럼 환한 모습을 드러냈다. 맑게 갠 하늘을 보는 탓인 지 이들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된다.

경력 5년차의 최인하(32)씨가 나섰다. 30㎙ 가량의 연줄에 연결된 손잡이를 꽉 쥔 뒤 두어차례 튕겨주자 거대한 몸집의 연이 순식간에 비상한다.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휘젓는 연이 파란 하늘의 구름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이리 저리 춤을 추듯 곡예를 부리다가도 곧장 바닥으로 곤두박질한다. 하지만 이내 힘차게 하늘로 솟구친다.

“인라인스케이트, 스케이트 보드 등 다양한 기구를 두루 섭렵했지만 스포츠카이트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어요.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추락하기 때문에 모든 잡념을 잊을 수 있거든요.” 최씨의 카이트예찬론이다.

“바람이 연줄을 타고 손끝을 지나 심장에 꽂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낚시꾼들이 낚시대를 당길 때 줄을 따라 손끝에 전달되는 손맛을 잊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거지요.” 박인건(58)씨의 말이다. 박씨는 15년 동안 윈드서핑의 매력에 푹 빠졌다가 최근 스포츠카이트에 입문했다.

3년째 스포츠카이트를 즐긴다는 프랑스인 루이스(37)씨는 “주말에 바람만 불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연을 날린다”며 “안면도, 한강 등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라며 자랑했다.

스포츠카이트가 일반 연과의 차이점은 운동량이 크다는 것. 바람을 머금은 연의 무게가 50~200㎏를 넘나들기 때문에 웬만큼 꽉 잡고 있지 않으면 지탱이 불가능하다. 자연히 팔은 물론 다리에 힘이 가해진다. 가벼운 디스크환자에게는 허리를 강화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운동거리다.

스포츠카이트의 또 다른 매력은 연의 무게를 응용,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바람만 좀 불면 연이 100㎞이상 속도를 내기 때문에 마운틴보드(바퀴달린 스노보드)를 신고 연을 따라 질주하며 조종이 가능하다. 질주는 물론 3~4㎙ 공중으로 붕 떴다가 내려오기도 한다.

장소의 제약도 없다. 잔디광장에서 연을 즐기던 몇몇이 구명조끼를 입더니 웨이크보드를 들고 한강으로 향한다. 영문을 모른 채 지켜보고 있는 순간 갑자기 강물로 뛰어들었다. 물에 가라앉는가 싶더니 연의 무게에 이끌려 솟아 오른다. 강물을 가르며 서핑을 즐긴다. 카이트서핑이다. 바람이 거세지자 역시 4~5㎙높이로 하늘을 난다. 주위에 몰려든 구경꾼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스포츠카이트는 2차대전 당시 미해군들이 항공모함에서 적군 비행기 격추연습을 하기 위해 처음 고안됐다. 하늘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물체를 조준사격하기 위한 연습으로는 최적이었던 것. 이후 이를 활용한 다양한 연이 개발되면서 지금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는 10년 전에 도입됐으며 현재 1,000여명의 동호인들이 즐기고 있다.

용도에 따라 종류도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스턴트카이트(stuntkite)는 8자 회전, 360도 회전 등 연 자체가 다양한 곡예를 부린다. 각종 보드와 결합, 사람이 곡예를 부릴 수 있도록 한 것은 포일카이트(poilkite)라고 불린다.

배우기도 쉽다.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은 뒤 오른 손을 당기면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왼손을 당기면 왼쪽으로 이동한다. 넉넉잡고 30분이면 연줄을 타고 손끝에 전해지는 바람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스포츠카이트매장을 운영하며 주말마다 초보자를 위한 강습을 맡고 있는 맹성수씨는 “우리나라에도 예부터 연날리기가 성행하고 있지만 규모나 재미면에서 일반 연이 아동용이라면 스포츠카이트는 성인용에 해당한다”며 “고난이도의 묘기를 연출하는 동호인들 덕분에 애호가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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