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찾아온 찬바람을 타고 나무위로 신의 조화가 시작된다. 10월은 단풍, 낙엽의 계절이다. 코트깃 올려 세운 채 낙엽을 밟으며 가을빛에 한껏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낙엽을 맞으러 굳이 먼 산을 찾을 필요는 없다. 도심 곳곳에 멋진 가을길이 숨어있다. 가족이나 연인의 손을 잡고 떠날 도심속 낙엽여행 계획을 세워보자.서울시는 덕수궁 돌담길을 비롯, 시내 41곳(총 연장 102㎞)을 단풍과 낙엽거리로 선정했다. 이들 거리는 낙엽을 일정기간 치우지 않아 가을 정취를 간직한다. 시는 또 감나무가 많은 중랑구 중랑천 제방 등 5곳을 열매의 거리로 선정, 계절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도록 했다.
서울의 낙엽길 하면 역시 덕수궁 돌담길. 잘 가꿔진 보행자 전용길에 은행나무와 느티나무의 가을빛이 돌담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덕수궁이나 시립미술관, 정동극장, 구 러시아공사관 터 등 인근에 차분히 사색을 즐길만한 곳들도 산재해 있다.
동십자각에서 삼청터널에 이르는 삼청동길에 바람이 부는 날에는 하늘은 온통 샛노란 은행잎으로 뒤덮여 있다. 220여 그루의 은행나무 터널길을 따라 늘어선 여러 화랑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맛도 쏠쏠하다. 인근 삼청동사무소 주변에는 맛있는 음식점들이 즐비해 출출해진 속을 채우기에 그만이다.
봄 벚꽃길로 유명한 여의도 여의서로(윤중로)는 가을에는 눈부신 낙엽길로 변신한다. 곱게 물든 왕벚나무 터널숲과 단풍이 아름답다.
연인과 오래도록 낙엽 위를 거닐고 싶다면 태릉입구에서 삼육대에 이르는 화랑로나 청계산길(양재 하나로마트―옛골) 등이 제격이다.
화랑로는 8.6㎞의 긴 길 가득 1,200여 그루의 버즘나무가 만든 단풍이 장관을 이루고 청계산길은 4.8㎞ 내내 은행나무가 터널을 이룬다.
자동차 매연이 싫다면 어린이대공원 산책길이나 관악산 주진입로, 장안평 제방길, 서초동 시민의숲으로 발길을 돌려보는 것도 좋다. 단풍나무 등 2,200여 그루가 색 잔치를 벌이는 시민의숲은 리차드 기어, 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영화 '뉴욕의 가을'에서 봤던 센트럴파크의 낙엽 풍경 못 지 않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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