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 땐 동포를 들먹이고 소용없다 생각하면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겁니까."29일 오후(현지 시각)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미주 국정감사반과 간담회를 갖기로 했던 워싱턴 지역 한인 단체장들은 일방적인 취소 통보를 받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동포들이 주미 대사관측을 통해 의원들의 간담회 희망 의사를 전달 받은 것은 1주일 전. 동포들은 현지 여론을 직접 들으려 한다는 취지 설명에 고국의 달라진 국회상을 떠올렸다. 하지만 기대는 이내 물거품이 됐다. 간담회 전날 밤 또는 당일 아침 일정 취소를 연락해온 대사관측에 이유를 물었지만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서정화 위원장과 하순봉 박원홍(한나라당) 김종호 이인제(자민련) 의원으로 구성된 미주반은 29일, 30일 주미 대사관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승주 주미 대사의 외교일정을 이유로 29일의 국감은 사실상 취소됐다. 이날 오전 문화홍보원의 보고와 몇 마디 질의로 첫날 일정을 끝낸 의원들은 오후부터는 지인을 만나는 등 개인 시간을 보냈다. 6·25 참전 동포들과 함께 하기로 했던 한국전 참전 기념비 참배 일정도, 워싱턴 소재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 시찰 계획도 모두 없던 일이 됐다.
국회 관계자는 뒤늦게 "대사가 참석하지 못하는 간담회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취소했다"고 얼버무렸다. 하지만 의원들이 동포들의 현장 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를 대사가 참석하지 못한다고 해서 취소한 이유를 동포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의원들은 대사의 부재를 핑계 삼아 개인 시간을 내는 데 골똘한 것은 아닐까.
30일의 국감에서 의원들은 철저한 영사 업무와 교민 보호를 대사에게 당부하며 목소리를 키웠지만 왠지 공허하게만 들렸다.
김승일 워싱턴 특파원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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