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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처럼 다가서는 시간과 기억들/이진용展 내달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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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처럼 다가서는 시간과 기억들/이진용展 내달 15일까지

입력
2003.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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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진용씨는 현대의 화석(化石)을 만든다. 우리가 살아온 시간, 거기 담긴 기억을 작품으로 담아내려 한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작업실을 두고 있는 이씨가 이번에 작업실을 통째로 서울로 옮겼다. 갤러리 세줄에서 11월 15일까지 열리는 '오픈 스튜디오' 전은 실제 그의 작업실을 화랑에 그대로 옮겨놓고, 작품과 작업하는 과정을 함께 보여주는 전시다."이사하는 데만 사흘이 꼬박 걸렸다"고 이씨는 말했다. 전시장에는 그가 아트페어 참가 등 해외여행에서 구입한 고가구, 바이올린, 클라리넷, 축음기, 미싱, 자명종, 사진기와 고서(古書) 등 갖가지 물건들이 빽빽하지만 질서정연하게 쌓여있다. 단지 수집취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이것들은 그대로 그의 작품의 소재가 된다.

그는 이런 물건들을 폴리코트라는 화학제품을 사용해 작품으로 만든다. 나무로 틀을 만들고 거기 물건들을 집어넣어 폴리코트를 붓고 응고시킨다. 15년 간 그는 폴리코트의 응고와 색상 발현을 직접 실험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그대로 봉인된 기억이 된다.

마치 빛 바랜 옛 사진,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과 주고받았던 편지를 보는 것처럼 그의 작품들은 우리의 시간을 영원히 부식하지 않는 화석으로 재탄생시킨다.

그가 봉인시킨 기억들에는 바이올린도 있고, 열쇠도 있지만 체리도 있고 장미 다발도 있다. 그 물건들을 직접 쓰던 이가 아니더라도 벽에 걸어놓고 보면 어느새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아스라한 추억, 살아왔고 또 살아갈 시간의 환희와 회한이 교차한다. 전시된 작품은 100여 점이지만 작가가 전시장에서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 작품은 더 늘어난다. (02)391―9171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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