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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새 풍속도/"단지 내끼를 조명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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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새 풍속도/"단지 내끼를 조명받고 싶어요"

입력
2003.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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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은 라틴어의 '경청하다, 청력'을 뜻하는 '아우디레'(audire)에서 나온 말로 초기에는 오페라 가수를 뽑으며 청각에 의한 판단만으로 가수를 채용하던 것을 말했다. 현재의 오디션은 연예계로 열린 문이 됐지만 연예인 지망생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연예인과 만나는 것을 인생의 '이벤트'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사건'이다. 오디션을 보는 요즘 신세대의 두 표정."오디션이요? 재미있잖아요"

"내가 저렇게 짱구야? 근데 진짜 닮았다."(전도연) "죄송해요…"(이선미) "왜? 아니야."(전도연)

9월26일 여의도의 연기학원 MTM 강당. 영화 '인어공주'의 전도연 대역을 뽑는 오디션 현장. 자신을 닮은 대역 선발 오디션에 최종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전도연은 최종 후보 세 사람 중 한 명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 뒷모습과 15% 각도에서 본 옆 모습이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다. 90년대 초 '존슨 앤 존슨' 오디션을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전도연은 이날 '오디션 선배'로서 따스함을 보이며 응시자의 긴장감을 풀어줬다.

'인어공주'(감독 박흥식, 제작 유니코리아)는 어머니와 갈등을 겪던 딸이 과거로 돌아가 순수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만나는 얘기로 주인공 전도연은 어머니의 젊은 시절과 딸 1인 2역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전도연이 전도연을 만나는 장면에서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대역의 일이다.

이번 오디션에는 서류전형에 120여명이 응시(이중엔 남자도 있었다)했고, 이중 26명이 1차 오디션에 참가했다. 응시자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분 미만. 프로듀서, 조감독,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문 열고 들어오는 것만 봐도 "아니다" 싶을 때가 많고, 그 점은 응시자 본인도 잘 안다. "솔직히 전도연씨보다 안연홍씨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전도연씨와 만날 기회를 갖고 싶었다" "준비한 노래를 들려주겠다"는 등 응시자들의 사연과 반응도 가지가지다. 절반은 학원 등에 다닌 연기자 지망생이지만 "도연 언니 팬"이라는 아마추어도 적지 않다.

이날 뽑힌 2명의 최종 선발자 중 하나인 이선미씨가 그런 경우다. 다음카페의 전도연 팬클럽에서 활동 중인 이씨는 유아교육과 2년생으로 "친구들이 닮았다"고 권유해 참가했다. "뽑힐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떨어져도 전도연 언니랑 특별 시사회 참가 기회를 준다고 해서 그냥 재미 삼아 왔어요." 이씨는 영화촬영이 제주도에서 진행되고 2, 3개월이 걸린다는 얘기에 "그럼 휴학을 해야 하는데 교수님, 부모님과 상의해 보겠다"고 했다.

"오디션이요? 이건 내 미래에요"

9월 22일 오후 강서구 방화동 세민 정보고에서 열린 음악 케이블 방송 m.net의 '오디션 대작전'(금 오후 6시) 녹화장. 매주 오디션을 열고 연말 결선에서 입상할 경우 가수로 데뷔시켜 주는 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150∼200명이 출연 신청을 한다. 데모 테이프를 보내 온 신청자 중 제작진 앞에서 1차 오디션을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20명 내외.

녹화장에서 만난 정기우(24)씨는 오디션 경력이 4, 5년은 되는 '꾼'이다. 이날 김경호의 '아버지'를 불러 다음달 10월11일 열릴 중간결선 참가 자격을 얻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던 그는 고교 후배인 젝스키스의 이재진이 가수가 되는 것을 보고 더욱 마음이 초조해졌다. 학교에서 밴드를 만들었고, 제대 후에는 기획사를 찾아 다니며 각종 오디션에 참가했다. "'오디션 대작전'은 잘만 하면 음반을 출시해 준다는 약속을 내걸었기 때문에 기대를 걸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가수 지망생이 공개 오디션에 몰리는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곧바로 가수로 데뷔할 수 있는 유일한 열린 기회이기 때문이다. '오디션 대작전'의 이영이 작가는 "신청자는 대부분 중고생이다. 어린 학생들이 무작정 가수가 되겠다며 화장을 하고 어른스럽게 과장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안쓰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이들이 보여 주는 적극성은 놀라울 정도"라고 귀띔했다. 가수나 배우가 되려는 청소년들에게 오디션은 인생의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그 무엇이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최지향기자 misty@hk.co.kr

대형기획사는 오디션 정례화

여러 대형 기획사는 오디션을 정례화, 신인을 발굴하고 있다. 대형 기획사에는 한달에 500∼1,000명의 오디션 신청자들이 몰려든다. 아이돌 스타의 산실이었던 SM엔터테인먼트는 오디션 제도를 가장 먼저 확립했다. 예당엔터테인먼트는 ARS 오디션을 통해 신청을 받는다. 한 달에 500명 정도. ARS를 통해 1, 2차에 합격한 이들은 매주 토요일 예당엔터테인먼트에서 직접 오디션와 스튜디오 평가를 받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1년에 한번 예당의 케이블 방송인 EtN이 방송하는 가요제에도 참가할 수 있다. 9월10일 열린 EtN 가요제까지 올라온 15명 중 최종 수상자 5명이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

휘성, 거미 등의 음악을 제작하는 엠보트는 '얼굴은 안 본다'는 회사 방침 때문인지 실력 있는 예비 가수들이 많이 몰린다. 방학 때는 한 달에 300∼400개의 데모 테이프가 도착한다. 회사에서 직접 오디션을 보는 행운을 잡는 사람은 5명 남짓하지만 아직 최종 오디션에 합격해 연습하고 있는 신인은 한 명도 없다. 그 정도 실력을 갖춘 지망자가 아직 없었다는 설명이다.

가요 기획사는 오디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유료 ARS나 참가비를 받는 행사는 비용을 빼고도 남는 장사다. 물론 '꿈'에 부푼 지망생들은 그 돈을 전혀 아낌없이 낸다.

영화사의 오디션에는 아무래도 연극인이나 CF 모델 등 '중고 신인'이 많이 참가한다. 주연을 오디션으로 뽑는 경우는 거의 없고 조연급이 많다. 영화별로 필요한 인력을 뽑지만 '얼굴을 아는' 신인들이 주로 비중 있는 역할을 많이 따간다. 때로는 영화 흥행을 위한 홍보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초보 연기 지망생은 각종 연예학원을 통해 걸러지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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