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철학자 송두율씨가 김철수라는 가명의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국가정보원이 밝힘에 따라 "송씨를 김철수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던 1998년 민사소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송씨가 자신을 김철수라고 지목했던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상대로 낸 이 명예 훼손 소송에서 법원은 "송씨가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점은 입증되지만 황씨 주장과 관계기관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송씨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임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당시 황씨를 불러 비공개 증인신문을 하고 국정원과 통일부에 사실조회를 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렇게 판단했다.
2001년 황씨의 항소 포기로 끝이 났던 이 재판이 1일 국정원 발표를 계기로 재심이나 황씨의 역(逆) 소송으로 재점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당시 소송은 증거부족을 이유로 송씨가 김철수와 동일인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황씨의 발언은 공익적 목적으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배책임은 없다"고 판결, 형식적으로는 송씨가 패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법원이 송 씨를 김철수로 봤다고 해도 결과는 동일했기 때문에, 민사소송법 451조가 규정한 '재심 가능한 11가지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또 황씨가 송 씨에 대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송씨의 소송제기가 황씨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지 않은 이상 승소도 어렵다.
/김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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