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1일 "재독철학자 송두율(宋斗律)씨가 북한 노동당 서열 23위의 정치국 후보위원이자 당중앙위원인 '김철수'이고, 북한에서 15만 달러 가량의 공작금을 받아 간첩 활동을 한 사실이 있는 북한의 핵심 지도부"라고 밝혔다.국정원은 이날 국회 법사위의 국감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송씨가 자발적으로 입국한 점과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는 점을 감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송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는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가입, 특수탈출, 회합 통신, 금품수수 등이다.
국정원은 또 '송씨가 노동당 탈당 및 국법질서 준수 의사를 표명하고 독일 국적인 점 등을 고려, 진지한 반성을 보이고 대한민국의 포용정책에 호응한다면 공소보류 검토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밝혔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정원이 중앙정보부 이래 기소와 불기소로 이중의견을 단 전례가 없었다"며 "국정원이 송씨를 처벌하지 않기 위해 공소보류 의견을 달았다"고 비난한 뒤 국감장을 퇴장했다.
박정삼 국정원 2차장은 "국정원의 송치의견은 '기소'라는 단일 의견"이라며 "다만 검찰이 국민의 법감정과 시대상황의 변화에 맞춰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도록 신축성을 주기위해 공소보류 조건만 붙였다"고 해명했다.
국정원의 정보위 보고에 의하면 송씨는 1973년 9월 독일 거점 북한 공작책 이모(71)씨에게 포섭돼 입북한 뒤 2주일에 걸쳐 주체사상 학습과 북한 공작원 교육을 받고 노동당에 입당했다. 송씨는 또 91년 5월 입북, 김일성과 면담한 뒤 자신에 대한 신분과 위상에 큰 변화가 있는 사실을 느끼고 있던 중 94년 7월 김일성 사망 당시 독일 거점 북한공작원으로부터 '장의위원에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고 입국했다.
국정원은 "이때 송씨는 노동신문에 게재된 장의위원 명단에 자신이 '김철수'라는 가명으로 등재된 것을 확인, 91년 5월의 김일성 면담을 계기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임된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송씨가 73년 9월 이후 18회에 걸쳐 입북, '독일 유학생 포섭 및 조국통일 사업을 위한 지식인 중심의 조직 결성 등 지시'와 함께 입북할 때마다 1,000~2,000달러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91년 김일성 면담 이후 95년까지 독일 거점 북한공작원을 통해 연구비 명목으로 매년 미화 2만~3만 달러를 받는 등 15만 달러 가량을 북한에서 수수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와 함께 송씨가 92년 5월 자수한 재독 유학생 오길남씨에게 "내가 오형이라면 북한에 다시 들어가겠다"며 북한 재입북을 권유한 사실도 자백했다고 밝혔다.
이진동 기자 jaydlee@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송두율(宋斗律)씨는 국가정보원이 1일 공개한 자신에 대한 각종 혐의 내용과 관련, 2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특히 송 교수는 이 자리에서 북한 노동당을 탈당하고 전향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송 교수를 초청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김종철 홍보출판과장은 이날 "송 교수는 2일 오후 2시 숙소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의 행적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히고, 대국민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특히 "반성이란 전향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해 송 교수가 사실상 전향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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