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존재의 파수꾼, 세계의 언어를 발견하려는 자다."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미술가 이우환(67)의 40여 년 예술의 궤적을 돌아보는 회고전이 3일부터 11월 16일까지 호암갤러리와 로댕갤러리에서 열린다. '이우환―만남을 찾아서'라는 이름의 회고전에는 1960년대 후반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회화 36점, 조각 17점, 판화 11점, 드로잉 6점 등 모두 70점의 작품이 나온다.
"작품이란 그냥 기호나 경직된 흔적이 아니다. 그것은 생명체의 세포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있는 구조이다"는 이씨의 말처럼 인간과 세계에 대한 철학을 바탕에 깔고 40여 년 쉼없이 변화해온 그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이씨가 발견하려는 세계의 언어는 '만남'이라는 말로 집약될 수 있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의 만남이다. 이씨의 이런 예술관은 60년대말 그가 활동하던 일본에서 일어난 이른바 '모노파(物派)' 운동의 이론적 토대가 됐다.
그는 나와 타자, 현실과 관념, 안과 밖을 이원적으로 구분하는 서구의 근대 의식과 구분되는 동양적 사유를 미술작품으로 표현한다. 최소한의 예술적 개입으로 사물의 아름다움과 여백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1979년작인 '관계항'은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관계항'은 산업화의 산물인 철판과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자연인 돌덩어리를 하나의 장소에 배치한 작품이다. 철판과 돌은 있는 그대로의 물성이지만, 이씨가 그것을 배치한 예술적 행위로 인해 서로 다른 존재의 의미가 세계 안에서 하나로 관계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잘 알려진 그의 회화 작품도 그렇다. 그의 회화에서는 색채나 이미지 등이 사실상 최소한으로 배제된다. 캔버스에는 한두 개의 점이 찍혀있거나, 붓자국이 그대로 드러나는 선이 몇 줄 그어져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그의 회화는 보는 이에게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절묘한 구성의 미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를 '신체적 행위'라는 것으로 표현한다. "숨을 멎거나 내쉬면서 그린다. 호흡을 가다듬으면 뇌의 명령을 넘어 신체가 안과 밖을 매개해 준다." 붓질의 호흡이 그대로 느껴지는 화면을 보는 이는 그려진 부분과 여백, 시작과 끝, 유한과 무한이 만나고 세계의 간극이 좁혀지는 것을 느낀다.
전시에는 이씨가 60년대 후반 예술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진 실험적 작품에서부터 엄격한 자기 수련과 통제를 보여주는 70년대, 분방한 해체적 경향의 80년대, 극도로 절제된 공간성으로 회귀하는 90년대 작품들이 고루 나온다. 호암갤러리와 로댕갤러리 두 곳이 한꺼번에 이만한 규모의 전시를 여는 것도 처음이다. 4일 오후2시 호암갤러리에서는 이씨가 자신의 작품과 개념을 직접 소개하는 '작가와의 대화'가 열린다. 문의 (02)771―2381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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