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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드라마 "태양의 남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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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드라마 "태양의 남쪽"

입력
2003.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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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최민수는 '진짜 사나이'의 표본이었다. 늘 진지하고 심각하며, 우정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죽기까지 하는 그의 캐릭터는 폼나게 살고 싶은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었다. 그것은 특히 '모래시계'처럼 비극으로 가득찬 작품에서 빛을 발했다. 그러나 이내 그 '사나이'는 조소의 대상이 되었다. 한때 유행한 '최민수 시리즈'는 '싸나이'라는 말 자체가 시대착오적이 된 이 시대에 끝까지 '폼생폼사'를 보여주는 그에 대한 악의 없는 웃음을 담고 있었다. 확실히, 그는 요즘의 평범한 사람들과 섞이기엔 너무 '센' 사람이다.그래서 최민수가 SBS 주말연속극 '태양의 남쪽'을 고른 것은 그로서는 최상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연기하는 성재는 '영웅'이 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똑똑하고, 운동도 잘하고,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도 있다. 그뿐인가. 친구의 모함으로 모든 것을 잃는 비극성까지 갖췄다. 그래서 성재의 적이 된 옛 친구 용태(명로진)를 제외한 등장인물은 대부분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직장동료, 감옥의 죄수, 그리고 산전수전 다 겪은 암흑가의 큰 손까지. 이런 남자니 한 여자가 10년 가까이 일편단심으로 기다리고, 또 다른 여자가 편지만 보고 그에게 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비현실적이다. 복수극 스토리는 진부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매력은 바로 이런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의 분위기에 있다. 등장인물은 쉴 틈 없이 극단적인 상황에 빠져들고, 그것은 그들로 하여금 절절한 감정을 내쏟도록 한다. 자칫하면 '최민수 시리즈'처럼 우스운 것으로 비쳐지기 쉽지만, '태양의 남쪽'은 최민수만큼이나 그 심각한 분위기를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 성재는 복수와 사랑을 위해, 민주와 연희는 진정한 사랑을 위해 발버둥치며 살아간다. 바로 그 절박한 감정과 등장인물간 강렬한 감정의 부딪힘이 이 드라마를 이끄는 힘이다. 강한 감정들은 쉴 새 없이 사건을 일으키고, 그 사건들은 다시 주인공들을 몰아붙이며 일단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특히 성재와 용태의 대결을 빠르게 전개시켜 멜로 이외의 적절한 볼거리를 제공한 것은 좋은 선택이다.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힘들어도 성인 오락물로는 괜찮은 요건을 갖춘 셈이다. 마치 1980년대를 주름잡은 이현세의 만화 주인공 까치와 엄지를 중년의 모습으로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태양의 남쪽'에 최민수가 출연한 것은 그를 위해서나 작품을 위해서나 얼마나 다행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무게 잡는 이 드라마를 그만큼 '태연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정말 흔치 않다. 한 번 가벼운 마음으로, 여전히 '영웅'으로 남길 원하는 이 남자의 우직한 순정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시대착오적일 수도 있지만, 때론 그래서 멋있을 때도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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