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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라… 사업부도로… 병원비없어…" "사이버 앵벌이" 또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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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라… 사업부도로… 병원비없어…" "사이버 앵벌이" 또 기승

입력
2003.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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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31)씨는 최근 인터넷 채팅방에 들렀다 생면부지의 황모(17)양으로부터 쪽지를 받았다. "친구에게 돈을 빌렸는데 갚지 못해 매일 구타를 당한다"는 내용과 함께 휴대폰 번호와 은행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김씨는 어릴 적 말썽 피우던 여동생이 생각나 10만원을 송금했는데 이후로도 황양이 계속 전화로 거짓 핑계를 대며 돈을 요구하자 속았다는 배신감이 들어 지난달 경찰에 신고했다.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이메일이나 인터넷 채팅방을 통해 돈을 구걸하는 '사이버 앵벌이'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이버 앵벌이는 1999년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 '성폭행으로 태어난 아이를 어렵게 키우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띄운 미혼모 주모(당시 18세)양이 최초였다.

이후 유행처럼 번지다 한동안 잠잠했으나 최근 불황과 함께 다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단순히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고전적 수법 뿐 아니라 인터넷 채팅방에 접속하여 무작위로 수통의 구걸 쪽지를 보낸 후 연락이 오는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내거나 해킹 등으로 확보한 이메일 주소에 구걸 메일을 보내는 등 수법도 훨씬 지능화했다. 소년·소녀가장, 미혼모를 사칭하거나 '부모의 병원비가 없다'는 내용은 기본이고 '공부를 잘하는데 형편상 학교진학이 힘드니 투자를 해주면 10년 뒤에 10배로 갚아주겠다' '사업부도로 신용불량자가 됐는데 재기를 위해 1만원씩만 도와달라'는 물론, 기부단체를 사칭해 기부를 요구하는 등 내용도 다양하다.

기부문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아름다운 재단' 관계자는 "우리는 회원들에게만 이메일 모금을 하고 있다"며 "기부단체를 사칭해 비회원이 받는 기부요청 메일은 가짜일 가능성이 많다"고 충고했다.

특히 사이버 앵벌이 가운데 일부는 주민등록번호를 위조, 가짜 ID를 만든 후 가출한 여고생 행세를 하며 원조교제를 빌미로 돈을 구걸해 뜯어내기도 했다. 지난달 사기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정모(19)군은 이와 같은 수법으로 259명으로부터 800만원을 뜯어내다 덜미를 잡혔다. 정씨는 경찰에서 "원조교제를 할 것처럼 얘기하면 너무도 쉽게 돈을 부쳐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이버 앵벌이가 극성을 부려도 단속할 마땅한 법규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실제 사이버 앵벌이에 대한 피해사례는 많지만 개별적인 피해 액수가 워낙 적어 신고를 하지 않는다"며 "정작 신고가 들어와도 사기 혐의가 분명치 않을 경우 구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 문화의 발전과 경기 불황이 겹쳐 이런 종류의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만큼 네티즌 스스로 주의할 수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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