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3·4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1980년 2차 오일쇼크(―2.1%)와 98년 IMF 외환위기(―6.7%)를 제외하고는 사상 최악이라는 2분기 성장률(1.9%)을 밑돌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비와 설비투자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태풍 매미의 피해와 원·달러 환율 급락이라는 돌발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3분기 성장률도 추락 예상
1일 국내 주요 경제예측기관에 따르면 우리 경제가 선진국의 경기 회복에 힘입어 3분기부터 개선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환율 급락과 태풍 매미 등의 영향으로 2분기에 이어 1%대 성장률을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초 3분기 성장률을 2.1%, 4분기를 3.2%로 전망했지만, 이는 태풍 매미의 피해가 현실화하기 이전이어서 3분기 1%대 추락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허찬국 선임연구위원은 "3분기 전망치 2.1%는 태풍 피해에 따른 쌀 수확량 감소, 원화환율 급락 등 최근의 악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성장률의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조8,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된 태풍의 피해규모를 감안할 때 쌀 수확량 감소(7∼10%)와 산업계 생산차질 등으로 연간 성장률이 0.1∼0.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0%에서 2.7%(상반기 2.7%, 하반기 2.7%)로 낮춘 삼성경제연구소도 3분기 성장률이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은 내년 성장률도 잠재성장률(5%대 초반)을 밑도는 4.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예상과는 달리 7, 8월 산업활동이 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3분기 성장률도 2분기와 거의 비슷한 2.0%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본다"며 "우리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잠재성장률 수준을 밑도는 것은 1970년대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체감경기 회복 내년 하반기 기대
경기가 바닥을 치는 시점이 갈수록 늦춰지면서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원화절상 기조의 지속, 4월 총선을 둘러싼 정계개편 등 국내외 악재가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태풍 피해복구 예산의 조기집행 등으로 올 4분기에는 3%대 초반, 내년엔 4%대 중반의 성장이 가능하겠지만, 체감경기가 살아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본부장은 "내년의 4%대 성장 전망치는 경기가 최악 상황인 올해와 대비한 것이어서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며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기업의 설비투자가 살아난다고 가정해도 내년 하반기에나 체감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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