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위하여 국민을 위하여.'건군 55주년 기념 국군의 날인 1일 아침. 기상 나팔 소리에 눈을 뜬 국군의 날 행사 참가 장병들은 곧바로 하늘을 쳐다봤다. 국군의 날 행사 제병지휘부가 구성된 지난 8월1일 이후 두 달. 땀과 눈물로 행사를 준비한 장병들의 정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다. 그러나 우리 군에게 악천후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군을 포함한 특전사 요원들은 빗속을 뚫고 3,000피트 상공에서 고공강하를 강행하는 용맹함을 과시했다.
이날 오전 서울공항에서 기념식을 마치고 오후에 서울 도심 시가행진에 참여한 병력은 1만2,000명, 장비는 40종 400대가 동원됐다. 퍼레이드에는 의병, 독립군, 광복군의 혈맥을 이어 국군을 창설한 창군 유공자, 상이군경, 조국에 남편을 바친 미망인들도 동참했다.
1945년 11월 간부 양성을 위한 군사영어학교, 이듬 해 1월 국방경비대, 48년 9월 정식 대한민국 육군 창설로 시작된 국군은 현재 병력규모(69만명)로는 세계 6위, 국방비 지출로는 세계 10위권의 명실상부한 정예 강군으로 성장했다. 한국전 당시 자유세계로부터 크고 작은 지원을 받았던 국군은 어느덧 세계 곳곳에서 평화의 수호신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재건작전과 유엔 평화유지활동 등에 참여하고 있는 인원은 1,300여명(13개국 16개 지역), 이미 활동을 마친 병력까지 하면 7,300여명에 달한다. 5·16 군사쿠데타, 80년 신군부의 정권 탈취 등 불행한 역사의 장본인으로 등장하기도 했던 군이지만 국민들은 장년을 맞이한 우리 국군 장병들에게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날 시가행진에서는 자주국방 노력의 결실인 지대공미사일 천마 등 각종 최신 무기가 선을 보였다. 한국 방위산업의 새 장을 연 천마는 최대 속도 마하 2.6으로 그 동안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중저고도 대공방어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실전 배치된 무인항공정찰기(UAV), 적의 근접 전술기와 헬기를 막는 휴대용 대공방어무기 신궁, 저공으로 침투하는 적 항공기로부터 주요 시설과 기동부대를 방호하는 30㎜ 자주 쌍열대공포 비호, 함대함 미사일 등 국내 방위산업의 총아들도 이목을 끌었다.
이 밖에 '튀어나온 눈'을 뜻하는 이스라엘제 팝 아이(POP-EYE)는 서울 상공에서 천안에 있는 아파트의 작은 창문을 명중시킬 수 있는 공군의 새로운 정밀타격 무기. 발사부터 목표까지 관성 항법으로 유도해 정확도가 높으며 F-4 전투기에 장착, 운영하는 유도탄으로 두꺼운 철근이나 콘크리트 벽체도 관통할 수 있다. 독일에서 도입한 수중어뢰 'SUT'는 수중에서 시속 60㎞ 이상의 빠른 속도로 은밀히 항진해 상대 함정을 격침하는 무기다.
이날 육군 6사단, 육사, 해병 2사단, 공군 17전투비행단, 유엔사 등 11개 부대가 대통령 부대표창을 받았고, 김관진 중장(2군단장)이 보국훈장 국선장, 윤덕상 해군 대령(해군 기획관리참모부)이 보국포장, 정승각 공군 준위(17전비)가 대통령 표창을 각각 수상했다.
10월1일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게 한반도 남쪽의 전역을 유린당했던 국군(3사단)이 처음으로 38선을 돌파한 날. '생일'을 맞은 전후방 지역 군인들의 소감도 다양했다. 동부전선 최전방 을지부대에서 철책근무를 하는 임동범 상병은 "분단의 현장에서 맞이한 국군의 날에 55년간 선배 전우들이 지켜온 조국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 육사 출신 한 대령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병력과 규모를 갖춘 우리 군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벅차 오른다"며 "세계적인 군대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정책이 뒷받침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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