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웃도는 과도한 임금인상이 최근 3년 연속 계속돼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공장 해외이전 등 '산업 공동화'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최근 노동불안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제조업 임금 및 근로시간 동향'은 올들어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임금은 크게 뛰고 노동생산성은 현저히 떨어진 제조업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늘어나는 월급, 줄어드는 근로시간
1970∼86년에는 대체로 실질 임금의 상승에 비례해 근로시간도 늘어났지만 86년 이후에는 실질 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은 오히려 줄었고, 특히 99년 이후에는 근로시간 단축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제조업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급여는 70년대에 불과 6만1,000원에서 90년대에는 114만7,000원, 2001∼2002년에는 180만5,000원으로 크게 올랐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시간당 실질임금은 71∼90년에 연평균 9% 상승했다가 90년대에는 5.3%로 낮아졌으나 2002년에는 다시 10.4% 상승해 9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올들어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실질임금은 6.3%나 올랐다. 반면 월평균 근로시간은 70년 이후 26시간 짧아졌고, 2000년 이후에만 10.9시간이 줄었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퇴보
1인당 국민소득 9,000달러 시대에 제조업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을 보면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은 40시간 수준이었지만 우리나라(2001년)는 48.3시간에 달했다. 같은 양을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니 노동생산성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다. 특히 일본의 경우 주 40시간 근무제를 입법화한 87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414달러이고, 주5일제가 전부문에서 시행된 92년에는 3만926달러를 기록했다.
문제는 갈수록 노동생산성 증가세는 둔화하고, 임금은 크게 뛰는 것이다. 2001∼2002년에 실질임금상승률은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1.3%포인트 웃돌았으나 올 1분기에는 4.3%포인트로 확대됐다.
고비용구조, 산업 공동화 야기 우려
상품 1단위 생산에 필요한 노동비용도 크게 늘어나 증가율이 90년대 -1.0%에서 2001∼2002년엔 4.5%, 올 상반기엔 8.1%로 늘어났다. 특히 사회보험, 의료·산재·고용보험, 학비 보조 등의 임금 이외의 비용이 크게 늘어나 노동비용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5년 9.7%에서 2001년 29.6%로 3배 증가했다. 이는 미국(20.6%), 일본(16%), 영국(15.5%)은 물론 경쟁국인 대만(9.1%)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고용의 유연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근로시간 조정이나 사회보장제도 확대 등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늘려 노동집약적 산업의 경우 임금이 낮은 해외로 시설 이전을 촉진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