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기소 의견'과 '조건부 공소보류'라는 이중적인 판단과 함께 재독철학자 송두율씨 사건을 송치함에 따라 이번에는 검찰이 골머리를 앓을 전망이다. 특히 한나라당 등 보수층에서 '법에 따른 엄정 처벌'을 주장하며 압력을 가하고 있어 고민의 강도가 한층 높은 상태다.검찰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것은 국정원이 다중해석이 가능한 의견을 내놓았다는 부분이다. "송씨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며 15만 달러 가량의 자금을 받아 사용했다"는 혐의와 함께 "기소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제반 사정을 감안할 때 공소보류 검토도 가능하다"는 단서를 슬쩍 덧붙인 것. 골치 아픈 신병처리 수위 결정은 검찰에 전적으로 떠넘긴 셈이다.
혐의 내용만 놓고 볼 때 송씨는 반국가단체에 가입해 핵심 간부로 활동한 인물에 해당돼 최고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중죄인이다. 일반 사건의 경우 당연히 구속기소감이다. 그러나 검찰로서는 송씨가 사실상 정부의 초청으로 입국한데다, 독일 국적인 그를 구속할 경우 독일과의 외교분쟁 소지 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오히려 국정원의 단서 조항을 송씨에 대한 관용의 근거로 삼아 공소보류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보수층의 반발은 물론, 법치주의 훼손이라는 근원적인 문제 제기가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또 다른 고민이다. 실제 이날 국정원에 대한 국회 정보위의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반국가단체 중요임무 종사자로 공소보류 요건이 안되는 송씨에 대해 공소보류를 할 수 있느냐"며 검찰에 대한 사전 압박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송씨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는 검찰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으나 고심하는 표정은 분명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 공소보류
공소보류란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피의자에 대한 공소 제기를 일정 기간 연기해주는 것으로, 국가보안법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제도다.
비슷한 개념인 형법상의 기소유예의 경우 공소시효 완료 이후에야 형사소추가 불가능하도록 돼 있는데 반해 공소보류는 결정 이후 2년이 지나면 더 이상 소추할 수 없도록 돼 있다. 2년 이내에 공소보류가 취소될 경우 해당 피의자가 동일 사안으로 재구속될 수 있다는 점도 형법과 다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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