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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가 "향숙이"를 죽였는지 안다"/화성살인 12년추적 美동포 김해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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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가 "향숙이"를 죽였는지 안다"/화성살인 12년추적 美동포 김해운씨

입력
2003.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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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은 이미 죽었습니다. 그러나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12년 동안 한국을 10여 차례나 드나들며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한 재미동포가 최근 이 사건의 범인을 직접 지목한 실화 소설 '화성사건 미궁 아니다'를 발간,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미국 애틀란타에 거주하는 김해운(58)씨. 지난 7월 입국해 개구리소년 유가족들과 함께 움직이며 현장을 조사하고 자료를 수집 중인 김씨는 직업을 묻자 "굳이 말하자면 무보수 사립 탐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의류업을 하고 있지만 일은 부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30여 년간을 강력사건을 쫓아다니며 미궁의 사건을 해결하는 데 반평생을 바쳐왔다는 것이다.

김씨가 자기 돈을 써가며 이런 일에 매달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강력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이 너무 안쓰럽습니다. 가족이 무참히 죽었는데도 범인이 누군지도 모른다면 이보다 원통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가 뛰어든 첫 강력사건은 1983년 롯데호텔 외국인 강도살인 사건.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는 국내 소식을 접한 그는 이듬해 4월 한국으로 건너와 용의자가 일하는 회사에 위장취업까지 하면서 범인 색출에 열정을 보였다. 1994년 8월에는 대천 영·유아 연쇄실종사건을 추적하는 등 지금까지10여 건의 강력사건을 직접 조사하고 다녔다.

그의 30년 '탐정 생활' 중 대부분은 화성살인사건에 들어갔다. 91년까지 10차례의 부녀자 성폭행·살인사건이 이어지자 결국 탐정의 본능이 발동해 91년 7월 한국으로 건너왔다.

사건 현장을 수십 차례 방문하고 주민들을 빠짐없이 만나면서 분석·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는 범인을 화성군 주민이었던 K씨로 확신했다. 정보원 2명을 K씨에 접근시키고 K씨의 부인을 만나 그가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진술을 얻어내 수사당국에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당국은 그 자료에 감탄하면서 수사를 벌여 K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그러나 증거 부족으로 K씨가 풀려나자 경찰의 태도는 돌변했다.

"강압 수사 논란에 휘말리자 경찰은 저를 엉뚱하게도 '심령술사'로 묘사해 언론에 흘리면서 책임을 회피하더군요."

1997년 K씨가 돌연 사망하자 한 형사는 김씨의 거짓 제보가 K씨를 자살로 몰았다며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김씨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최근 또 다른 실마리를 찾았다고 한다. 당시 경찰이 K씨가 음주 중에 돌연사했다고 발표하면서 부검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김씨는 당시 상황을 목격한 증인들의 녹취록을 만들었고 석연치 않은 구석을 찾아냈다.

"목격자가 K씨 집을 찾아갔을 때 도마 위에 흰색 가루약이 놓여 있었는데, 부인이 그 약을 술 끊는 약이라며 K씨에게 먹였다고 하더군요. 다음날 사체는 새까맣게 탄 채로 발견됐구요. 그런데도 부검을 안 했다니 말이 됩니까?"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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