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펜스 거리 97m, 중앙 담장까지는 113m로 평균 홈런 비거리가 117.8m가 되는 '라이언 킹' 이승엽(27·삼성)에게는 손쉽게 장외홈런이라도 쏘아올릴 법한 아담한 크기의 광주구장. 홈런볼을 낚아채려는 팬들은 장외홈런에 대비해 외야 경기장 밖 주차장까지 대거 포진해 있었지만 심적인 부담으로 어깨가 무거운 이승엽에게 외야 담장은 너무나 멀기만 했다.이승엽은 1일 '약속의 땅' 광주에서 열린 기아와의 시즌 19차전에서도 끝내 홈런축포를 쏘아올리지 못했다. 4타수에 단타 1개를 얻는 데 그쳐 5경기째 홈런포 불발.
1회초 중전안타를 터뜨리며 기분좋게 출발한 이승엽은 김진우의 코너웍 피칭에 휘말려 4회와 6회 내야 땅볼로 물러나야 했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힘차게 휘두른 볼이 외야쪽으로 포물선으로 그렸지만 좌익수 플라이볼에 그쳤다.
이제 이승엽은 단 한경기만을 남겨놓았다. 2일 대구 홈구장에서 열리는 올 시즌 마지막 경기 롯데전은 아시아 홈런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운명의 한판승부가 될 전망이다. 다행히 롯데 김용철 감독대행은 이날 지난달 27일 부산경기에서 이승엽을 고의사구로 출루시켜 관중 난동을 불러 일으킨 좌완 가득염을 선발로 내정하면서 "이번엔 무조건 정면승부 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홈런신기록 달성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
지난달 25일 광주에서 이승엽에게 아시아 최다홈런 타이기록을 헌정했던 새끼호랑이 김진우는 그러나 더 이상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지는 않았다. 기아는 선발 김진우의 안타 3개만을 허용하는 눈부신 피칭과 박재홍의 투런홈런을 앞세워 삼성을 5―0으로 꺾었다. 이로써 기아는 2년 연속 정규리그 2위를 확정, 플레이오프(9일 예정)에서 삼성―SK의 승자와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놓고 다투게 됐다.
인천 경기에서는 조성환의 만루홈런을 앞세운 롯데가 SK에 8―4 승리를 가져갔다.
/광주=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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