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 MC 언제까지 하냐고? 경실이가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할 때까지 할 꺼야.""제가 임신 5개월의 몸으로 MC를 맡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9월 30일 KBS 스튜디오에서 1TV '체험! 삶의 현장' 500회 특집 녹화 방송 촬영을 마친 조영남(58) 이경실(37) 콤비의 감회는 남다르다. 1993년 10월 첫 방송 때부터 진행을 맡았던 이들은 개인 사정으로 두 차례 '체험! 삶의 현장'을 떠났다. 그 사이 왕종근―김미화, 이계진―최은경이 MC 자리에 대신 섰지만 '체험! 삶의 현장'에는 역시 조영남, 이경실 콤비가 제격이었다. 10년간 줄곧 해설을 맡아온 성우 양지운(56)씨의 재치 만점 입담과 정감 넘치는 목소리도 '체험! 삶의 현장'의 장수에 일조했다.
KBS를 대표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체험! 삶의 현장'이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아 온 것은 삶과 땀의 냄새가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체험! 삶의 현장'은 쓰레기 치우는 대학교 총장, 석탄 캐는 국회의원, 아기 기저귀 빠는 탤런트를 통해 '땀의 의미'를 확인시켰다. 499회까지 1,973명의 체험 일꾼이 1,483곳의 일터에서 땀 흘려 모은 사랑의 모금액이 1억 549,761원이다.
'체험! 삶의 현장'이 출발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 타 방송사에서도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나, 시청률이 낮을 것이란 예상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조영남도 처음에는 "재미 없어서 시청자들이 안 본다"고 거절, 김재현 PD가 한 달을 조씨의 집에서 먹고 자며 설득한 끝에 "딱 한번 방송 해보고 반응이 좋지 않으면 안 하는 조건"으로 첫 방송이 나갔다. 그러나 결과는 '대박'. 조영남, 이경실은 "내로라하는 정치인, 대학교수, 연예인이 땀 흘리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고 입을 모았다.
출연자가 벌어온 돈 중 가장 적은 액수는 경희대 생물학과 윤무부 교수가 고물 수집을 해 벌어온 3,010원.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것 같은 이 기록에 대해 윤 교수는 "고물 수집상 분들이 정말 열심히 일해도 수입은 몇 천원이 고작이어서 속상하고 놀랐다"고 털어 놓았다. '체험! 삶의 현장'의 마스코트인 사랑의 유니콘은 의외로(?) 지난 10년간 한 번도 고장 나지 않았다. 구성작가 박연재씨는 "유니콘이 딱 한번 100㎏이 넘는 씨름 선수가 탔을 때 작동이 되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아찔했다"며 웃었다.
이날 특집 방송 촬영에는 경기 이천의 추수 현장을 다녀온 이창명·서수남, 청계천 복원 공사에 나선 강타, 태풍 매미로 수해를 입은 부산 가덕도를 방문한 체험 봉사단(이창숙 주현미 윤무부 등)이 출연했다. 또 '체험! 삶의 현장' 팬이라고 밝힌 KBS 정연주 사장도 녹화 현장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그간 프로그램에 참여한 체험일꾼 중 네티즌이 뽑은 '베스트 5'도 공개 됐다.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바다 오물 청소 작업에 나섰던 노무현 대통령이 1위로 선정됐고, god 채시라 최불암 안재욱이 꼽혔다. 500회 특집은 5일 오전 9시부터 70분간 방송될 예정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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