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운동선수와 인도스먼트(endorsement·후원) 계약을 맺는 목적은 스폰서십과 유사하다.통상적인 인도스먼트는 제품광고나 기업홍보를 목적으로 운동선수 개인에게 용품지원을 하거나 성과에 따른 상금지급을 약속하게 된다.
광고모델로 자주 등장하는 탤런트나 영화배우에게는 없는 운동선수만의 독특한 매력을 높이 사는 기업들이 이런 기법을 선호한다. 선택받은 선수들은 찬조출연, 암시형, 공개형, 명령형 등의 방식으로 기업의 후원에 보답한다.
기업이 개최하는 행사에 얼굴을 비치는 방식, '내가 이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방식이 찬조출연, 암시형이다. 공개형과 명령형은 '이 제품을 추천한다'거나 '이 제품을 꼭 사용하십시오'라고 보다 노골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운동선수 특유의 신뢰감과 순수성에 대가를 지불하고 위의 네 가지 방식을 요구하는데 위험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계약선수가 음주운전이나 폭력사고로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거나 세련되지 못한 말투로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사고를 피하기 위해 지적인 자질을 갖춘 선수만 고르거나 그런 위험이 아예 없는 여성선수를 선호하는 기업도 있다. 그렇지만 뉴스가 주는 신뢰감이 광고를 능가할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 사업에 매력을 느끼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인도스먼트로 재미를 본 대표적인 기업인 나이키는 가능성만 보고 타이거 우즈가 프로에 데뷔할 때 5년간 4,000만 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했었다. 그 결과로 볼 수 있는 1997년 나이키의 골프관련 매출은 전년대비 105%가 증가한 1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한다.
개인종목에 투자한 국내 기업으로는 최근 몇 달 사이에 스포츠면뿐만 아니라 신문 1면을 두 번씩 장식했던 한희원, 지난주 낭보를 전한 최경주를 후원한 회사가 모르긴 해도 상당한 효과를 보았을 것으로 보인다.
후원사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모자를 쓴 활짝 웃는 모습이 모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났을 때 주는 신뢰감이 직접광고보다 결코 못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종목은 아니지만 인도스먼트 효과의 진수를 보여주는 극적인 상황이 목하 전개되고 있다.
아시아 홈런신기록 달성을 눈앞에 둔 이승엽에게 모든 매체와 팬의 궁금증이 집중되자 그의 헬멧, 유니폼, 배트, 배팅글러브, 스파이크 등에 붙은 상표가 덩달아 매스컴을 타고 있다. 이승엽 개인에게나 소속구단을 후원한 회사들은 이를 광고비로 환산했을 때 예상치 않았던 엄청난 과외 돈을 챙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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