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성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을 둘러싸고 경기과열 논쟁이 일고 있다. 경기과열에 의한 거품붕괴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초점은 부동산과 철강, 자동차 산업 등을 중심으로 한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데 있다. 나아가 지속적인 무역수지 흑자로 통화증발 압력이 높아진 데다 은행대출도 급격히 늘어나 경기과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경기과열 주장은 중국 내외에서 동시에 제기됐다. 중국 국가경제연구소의 판깡(攀綱) 소장은 최근 "중국경제의 관심 단어는 '성장률'이 아니라 '과열'"이라며 "인플레이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의 주장은 특히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와 맞물려 제기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달 "중국의 지속적인 무역흑자와 외환보유고 증가는 국내 위안화 통화량 증발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는 중국이 인플레와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서는 위안화 평가절상과 무역흑자 축소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함축돼 있다.
과열론자들은 그 근거로 과도한 투자 상황을 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비 32.8% 증가해 1994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8.2%에 이르렀다. GDP 성장률은 사스(SARS)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10%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돼 과열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 측면에서는 상반기 총통화(M2) 증가율이 전년 동기비 22.9%를 기록해 시중에 돈이 지나치게 풀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거품 우려를 낳고 있는 부동산 등 일부 부문에 대한 은행대출 증가가 한 몫을 했다.
부동산 투자는 5년간 연평균 16%씩 증가해 같은 기간 GDP 성장률의 2배를 넘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연평균 증가율이 20%를 넘어섰다. 투자에 수요가 따라가지 못해 건물 공실률(미분양률)도 전국적으로 3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분적인 과열조짐은 있지만 전반적인 과열은 아니라고 반론을 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우선 GDP 성장률이 92∼97년 연평균 11.5%였던 것에 비하면 최근의 7∼8%는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실업률 증가도 과열 우려를 불식시키는 요소이다. 일반적으로 경기과열기에는 실업률이 떨어지는데 현 상황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중국의 공식 실업률은 2000년 3%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 4.3%로 높아졌다. 여전히 1%를 밑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수준도 경기과열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 통화증가율과 관련, 빠른 경제성장 속도와 이에 따른 자금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현재 수준이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국제적 신용평가사인 골드만 삭스도 최근 "중국의 낮은 통화유통속도에 비춰볼 때 실질적인 총통화 증가율은 그리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과열 주장에는 반발하면서도 부분적 과잉투자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관영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은 최근 "서방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강요하기 위해 전반적 경기과열을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도 "부동산 등 일부 분야에서 과잉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과잉투자 우려와 통화량 증가를 완화하기 위해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 올린 7%로 책정했다. 부동산 분야에 대한 대출도 크게 규제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단기국채 발행을 늘려 시중에 풀린 자금을 일부 회수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23일자 특집기사에서 중국 정부가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기과열을 막기에는 구조적인 취약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을 고려할 때 과열과 거품경제를 제때 예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정치 불안정 요인인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국내외 기업의 투자를 계속 장려하고 있다.
이 신문은 또 중국경제가 위기에 빠질 경우 세계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중국의 GDP 성장률(8.2%)은 세계 전체 GDP 성장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했다. 또 지난해 세계 전체 수출입 증가율의 60%는 중국의 무역 증가에서 나왔다. 품목별 무역량에서도 중국은 지난해 세계 알루미늄 교역량의 21%, 아연의 24%, 구리의 17%, 스테인리스 스틸의 23%를 차지했다.
이 같은 중국경제의 국제적 위치로 볼 때 경기과열과 이에 따른 거품붕괴는 세계경제 회복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최대 투자국이자 교역국으로 부상한 한국의 경우 중국경제의 요동에 수반되는 위험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농지 무단점용 마구잡이 개발 農心 부글부글
중국 지방정부가 국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건설하고 있는 개발구(開發區)는 경기과열과 과잉투자 우려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중국 관영 인민일보에 따르면 전국 24개 성·자치구·직할시에 설립된 각종 개발구는 3,837개에 이른다. 이중 국무원이 비준한 국가급 개발구는 232개, 성과 자치구가 비준한 성급 개발구는 1,019개다. 나머지는 지방도시 등 하급 행정단위가 설립한 것이다.
이들 개발구의 총면적은 3만6,000㎢로 남한 면적(9만8,992㎢)의 3분의 1이 넘는다. 문제는 상당수 개발구가 비준이나 정당한 절차을 밟지 않고 농토를 무단 점용하는 데 있다. 국토자원부 등의 조사에 따르면 개발구 총면적의 68%가 불법 점용된 땅이다.
지방정부들은 이들 개발구에 기업, 특히 해외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편법적으로 각종 특혜를 제공하면서 과잉투자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개발구의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과도한 투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각 지방정부가 자동차나 철강, 시멘트 등 유망업종에 무차별적으로 투자하면서, 중국 전체적으로는 심한 중복투자와 자원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폐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토지를 무단점용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보상을 못받고 내몰린 농민들의 분노가 들끓어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8월 15일과 25일 베이징(北京) 천안문 광장에서는 토지 보상에 불만을 가진 농민이 잇따라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이중 한 사람은 베이징 시민이었고, 다른 사람은 안후이(安徽)성 농민이었다. 8월22일에는 난징(南京)에서 한 농민이 철거 사무실에 뛰어들어 분신자살했다. 이에 앞서 각지에서 발생한 농민시위와 집단 상경 항의도 수십건에 달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는 국토자원부와 검찰부 등을 동원해 개발구의 불법행위에 대한 일제조사에 착수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뇌물을 받고 기업에 특혜를 준 고위 지방지도자들이 적발됐다.
중국 정부의 각종 개발구 재정비 작업은 개발구 투자를 계획하는 한국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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