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귀국한 뒤 국가정보원의 조사를 받은 재독 철학자 송두율(59·사진·독일 뮌스터대) 교수가 우여곡절 끝에 공식행사 일정에 처음 참석한 뒤 국내 학자들과 뒷풀이 모임을 가졌다.송 교수는 30일 오후 자신을 초청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학술단체대표자협의회가 주최한 '한국민주화운동의 쟁점과 전망' 심포지엄에 참석한 뒤 서울 프레스센터 인근 식당에서 학단협 소속 교수들과 마주 앉았다. 반주와 함께 저녁을 들던 송 교수는 "국정원에서 조사받은 사람들 가운데 내가 최고의 대접을 받았을 것"이라는 말로 좌중의 웃음을 유도한 뒤 "교문 밖을 한번도 나가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조사 과정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송 교수는 "한국을 떠날 때 부친께서 '너는 한국을 잊고 세계인이 돼라'고 했지만 나는 한국인의 운명을 세계 속에 담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이것저것을 보고 지인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뭔가 보이는 것 같다"며 "가는 길이 달라도 언제나 함께 소통할 것이다. 송두율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바로 그 송두율이다. 그렇게 생각해 주면 힘이 날 것이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어 '가고파'란 가곡을 불러 참석자들의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에 앞서 송 교수는 이날 오전 기념사업회측이 '사법적 처리가 끝나지 않은 만큼 송 교수 본인을 위해 참석을 취소하는 게 낫겠다'는 이사장단 회의결과를 통보하자 심포지엄에 불참했다. 그러나 학단협측이 '학문의 자유 침해'라며 기념사업회측에 강력 항의하고 김세균(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등이 직접 참석을 설득하자 오후 5시30분 심포지엄에 참석해 폐막 연설을 하는 것으로 고국에서의 첫 학술대회 발표를 대신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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