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떨어진다!"30년 묵은 밤나무 가지를 흔들자 "투둑, 투둑" 쩍 벌어진 밤송이가 우수수 떨어졌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따가운 가시 폭탄을 피해 잠깐 숨었던 사람들이 집게며 막대기를 들고 도르르 굴러가는 밤 사냥에 나선다.
9월 24일 오전 산비탈을 따라 조성된 경기 양평군 강하면 동오리 금호농원. 1만평 밤나무 밭에는 지천으로 널린 밤을 줍고 줄기에 달린 밤송이를 따려는 사람들이 몰려 시간가는 줄 몰랐다.
"어릴 때 생각이 난다"며 능숙한 솜씨로 밤알을 꺼내는 중년부터, "무공해라 벌레 먹은 게 많네. 이게 진짜야" 하는 알뜰주부, "힘들어도 가을 바람 맞으니 좋다"는 젊은 남녀까지, 이들의 얼굴에는 영롱한 갈색 밤알마냥 함빡 웃음이 배였다.
가을을 온몸으로 느끼며 잘 익은 열매를 손수 따고 줍고 캐는 '수확 체험농장'이 경기도내 곳곳에서 문을 열었다. 밤과 배 사과 포도 등을 딸 수 있는 곳과 고구마를 캘 수 있는 곳, 배추와 무 등 채소를 수확하고 버섯 산더덕을 채취할 수 있는 곳 등 모두 40여 곳 농장에서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장 손쉽게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작물은 밤과 고구마다. 밤은 어른 1만원, 초등학생 5,000원 정도만 내면 농장에서 주는 주머니(어른 3㎏, 초등학생 1.5㎏) 가득 담아올 수 있고 고구마는 포기 당 1,000∼2,000원, 평 당 6,000∼1만원만 내면 손수 캘 수 있다. 농장에서 마련해준 화덕에서 군밤이나 군고구마를 구워 먹을 수도 있다.
과일은 1㎏ 기준으로 포도 2,500∼4,000원, 사과 2,500∼3,000원, 배 2,000∼3,000원이다. 다른 작물 역시 ㎏당 산더덕은 2만원, 표고버섯 6,000원, 느티버섯 3,000원 선이다.
이들 농작물 대부분은 농약 한번 안치고 기른 유기 작물이다. 올해 잦은 비 때문에 작황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선선한 가을바람과 눈앞에 펼쳐지는 가을풍경만은 변함없다.
한 곳에서 여러 가지 농산물을 수확할 수 있는 농장도 많다. 용인 황새울농원은 고구마와 포도, 여주 녹색농촌마을은 버섯과 고구마, 화성 서해농원은 배와 복숭아를 함께 수확할 수 있다. 단체손님만 받는 농장이 있으니 미리 확인해둬야 한다.
들에 나서기 전 주의할 게 한가지 있다. 많이 따고 캘 욕심에 너무 잇속을 차리다 보면 가뜩이나 소출이 줄어 시름에 젖은 농부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돈 벌 생각보다 도시 사람들이 자연에 와서 직접 눈으로 보고 손수 딸 수 있도록 만든 행사인데 시장 상인 대하듯 하면 속상하다"는 한 농부의 말처럼 수확은 그 자체로 경건한 의식이기 때문이다. 문의 경기도 농업정책과 (031)249-2612
/양평=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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