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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곡성 동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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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곡성 동산리

입력
2003.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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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과 순창 지방의 물을 모은 섬진강이 곡성군에 들어오면서 동쪽으로 도도하게 흘러가다가, 남원에서 내려온 요천이 합류하면서 물길을 남쪽으로 트는 곳에 작은 언덕을 의지하고 동산리(東山里)가 자리를 잡고 있다. 당연히 이 마을의 뒷동산으로 흘러 드는 물결이 세차고, 몰아치는 북풍이 매서운 기세를 보이는 터라 작은 언덕만으로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선인들은 나무를 심어서 지세를 보완하였다.그러나 이런 숲도 허허 벌판에 조성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작은 언덕이라도 지혜롭게 이용하여 나무가 자랄 여지를 만들고 마침내 큰 숲으로 성장하도록 한 것이다.

알고 보면 선인들의 지혜를 받아 이렇게 작은 뒷동산과 마을 숲이 동산리 뿐만 아니라 장선리와 대평리, 신리를 거쳐 읍내리에 이르는 곡성의 너른 들을 지켜 온 것이다.

동산리는 곡성읍내에서 60번 지방도를 타고 북동쪽으로 가다가 약 3㎞ 전인 고달교 앞에서 좌회전해 농로를 타고 들어간다. 마을에 들어서면 주변에서 보기 어려운 거목과 비석이 즐비해 단번에 유서 깊은 마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옛날부터 이렇게 물길이 소용돌이치고, 바람이 세찬 곳에 왜 마을이 들어섰을까? 원래 육상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수운을 편리하게 이용했기 때문에, 물길이 모이는 곳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지리도 편리했다. 동산나루터가 증명하듯이 이런 곳에서 조상들은 지혜를 모아 언덕을 의지하여 마을을 만들고 지세를 보완하기 위해서 숲을 조성하였던 것이다.

이 숲은 선산 김씨들이 이곳에 터를 잡을 때 여름철의 장마로 인한 강물의 범람과 하천으로부터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막기 위해서 제방을 만들어 견칫돌을 쌓고 느티나무와 팽나무를 심은 것이다. 지금은 나무의 키가 10m를 넘고, 가슴높이지름이 100㎝를 넘을 정도로 크게 자랐다. 뒷동산에도 소나무를 심고 동산정(東山亭)이란 정자를 지어서 한껏 운치를 내었지만, 지금은 산에 굴을 뚫고 양수장을 만들어 농경지에 물을 대는 시설을 설치한 채 방치하여 노거수들의 활력이 비교적 건전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래도 뒷동산과 어울리는 숲에는 아직 중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꼬마물떼새, 박새, 곤줄박이, 다람쥐가 찾아와 놀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324호인 소쩍새와 327호인 원앙도 번식하고 있다.

이렇듯 이 숲은 섬진강을 타고 불어오는 강풍을 막아주는 방풍림이며, 하천의 범람을 예방해주는 호안림일 뿐 아니라 새들의 보금자리이다. 여름철에는 맑은 물과 짙은 녹음이 어우러져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유원지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곡성군에서는 이 숲을 동산리 유원지로 지정하고 동산리 주민에게 경비를 지원하여 여름철에 피서객들이 남긴 오물을 제거하고 환경정화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마을의 김태문(86세)씨는 1930년대에 느티나무를 새로 심기도 하였고 강변에 모래가 많아서 뜸질도 즐겨하였으나 지금은 상류 및 하류에서 모래를 많이 채취하여 자갈과 큰 돌만 남아 있다고 아쉬워한다. 필자가 보기에도 마을길을 포장하여 길가에 있는 느티나무 주변은 콘크리트로 덮여 있는 반면에, 하천변에 있는 나무의 주변은 토양이 점점 유실되어 뿌리가 노출되는 것을 보아서 숲을 현명하게 유지할 수 있는 지혜를 모으는 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 준 환 임업연구원 박사kecology@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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