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양대노총과의 잇따른 접촉은 '노동계 끌어안기'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한국노총에 이어 30일 민주노총과도 공식 간담회를 갖고 취임 이후 갈등 상태에 있던 노동계와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노사관계가 경제의 발목을 붙잡는 주범으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경제난 타개를 위한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청와대 노동개혁TF 권재철 비서관은 "냉혹한 경제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노동계의 협조가 불가피하다"며 노동계와의 간담회를 추진한 배경을 설명했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사용자쪽으로 기울었다는 노동계의 오해를 대통령이 직접 풀어주고, 한편으로는 노동계가 대화와 타협보다는 파업 등의 대결적 노조 활동을 벌이는데 따른 경제적 손실 등의 문제를 전할 통로가 필요했다는 것.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도 "노동현안을 겪으면서 노정관계가 갈수록 악화하는데 대해 청와대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노동계를 끌어안지 않고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대통령은 양 노총과의 간담회에서 최근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전달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리적 노동운동을 당부하는데 주력했다고 한다. 26일 한국노총과의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이 "배제와 투쟁의 노사관계가 이제는 대화와 타협으로 바뀌어야 하며 정부도 합리적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데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협조를 부탁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은 30일 민주노총 지도부를 만나서도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단속할 것이며, 투명 경영과 협력적 노사관계 형성을 위해서 노력하겠다"며 민주노총에게 도움을 청했다.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이 "후보시절 상당한 기대를 했으나 이후 추진과정에서 점차 포기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노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운 만큼 노동계의 요구를 전부 수용해 줄 수는 없다. 그런 점을 이해해 달라. 인식이 같을 수는 없지만, 신뢰를 가지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도록 하고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서로 믿음을 갖자"고 다독거렸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이후 골이 깊어진 노정 갈등이 단발적인 간담회로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경제난 해결을 위해 노동계의 양보를 요구하려는 필요에서 만들어진 자리인데다가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의 골격도 이미 발표한 마당이기 때문에 노동계는 이번 간담회가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민주노총에게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권했지만 민노총은 특별한 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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