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의 부당한 점령에 저항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점령 하에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습니다."팔레스타인 강경파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44)는 2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지방법원에서 1시간 가까이 최후 진술을 하면서 이스라엘인 재판관 3명을 자신만만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내 최대 정파인 파타 운동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책임자인 바르구티는 이스라엘인 26명을 숨지게 한 테러를 기획한 혐의로 지난해 4월 이스라엘군에 체포됐다.
11월 10일로 예정된 선고를 앞두고 진행된 이날 마지막 재판에서 바르구티는 "이스라엘인이 팔레스타인인을 심판하는 것을 인정할 수도 없고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지도 않는다"며 검찰 증거조사 등을 일절 거부했다. 대신 증인대에 서서 "모든 귀 있는 이스라엘인은 들으라"며 히브리어로 최후 진술을 했다.
바르구티는 "팔레스타인인은 엄연한 하나의 민족으로서 이스라엘처럼 자유와 국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면서 "2000년 9월 시작된 인티파다(무장봉기)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약속한 1993년 오슬로 협정이 무산된 것에 대한 우리의 정당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바르구티의 목소리가 갈수록 격앙되자 재판장이 "권한이 있다면 평화를 가져 올 긴급 명령이라도 내릴 테지만 우리는 역사가도, 정부 대표도 아니지 않느냐"는 냉소적 논평으로 끼어들었다. 이에 대해 바르구티는 만면에 웃음을 띈 채 "그렇다면 당신이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에 반대한다'고 선언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응수했다. 재판장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바르구티는 최후 진술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오늘 우리는 역사의 한 장면을 목격했다. 나는 조만간 석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토라인 앞에서는 수갑을 찬 두 손을 머리 위로 치켜 들며 "팔레스타인의 봉기는 성공할 것"이라고 외쳤다.
29일 이스라엘 언론들은 "우리는 팔 자치정부가 테러 집단임을 전세계에 확인시키는 성과를 얻었지만 바르구티는 용서받을 기회를 놓쳤다"고 전했다. 반면 팔레스타인에서는 "이스라엘 점령의 부당성과 우리의 굳건한 의지를 널리 알렸다"고 평가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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