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0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노무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무더기 출석거부에 대해 "청와대가 이들의 출석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증언대에 서면 노 대통령과 측근들의 비리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한나라당은 청와대 개입의 증거로 노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건평씨 처남 민상철씨, 전 장수천 사장 선봉술씨 등 4명이 팩스로 정무위원장에게 보낸 불출석 사유서를 제시했다. 넉장의 사유서는 내용이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았다. 한결 같이 "국회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5조4항에 따르면 본인에 대한 출석요구서 법정기한은 2003년 9월29일의 7일전인 22일인데 23일에 수령했으므로 출석할 수 없다"고 써 있다. 또 서식과 인쇄체 및 행간의 넓이도 같았고, 발신지 역시 서울 P호텔로 동일했다. 다른 것은 제출자 이름과 도장 뿐이다. 한 장소에서 한꺼번에 작성돼 발송됐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최병렬 대표는 이날 국감 대책회의에서 "청와대가 컨트롤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단정했다. 박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는 청와대의 조직적인 국감 방해 의도를 입증하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며 "노 대통령이 배후가 아니냐는 의심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측근들이 계속 출석을 거부할 경우 국감 기간을 연장하거나 국정조사를 강행해서라도 이들을 국회에 끌어낸다는 강경 대응방침을 정했다. 최 대표는 "증인들이 다 피해버리면 국감은 하나마나"라며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대통령의 도덕성, 정권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많은 만큼 노 대통령은 이번 국감에서 의혹을 거르는 게 옳다"며 "결코 대통령을 해코지 하려는 목적이 아니므로 국감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홍사덕 총무는 "4명에게 10일 다시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보냈는데 그 때도 안 나오면 최강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총무는 전날 정무위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강금원 창신섬유 사장의 돌출 행동에 대해 "대통령 측근이라는 사람이 국회의 격을 낮추려고 애를 썼다"며 "감사 속기록을 모두 검토해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응징 방침을 밝혔다. 한 당직자는 "국회에 흙탕물을 튀긴 대통령 측근들의 출석거부와 안하무인식 행태는 기존 정치권을 매도하고 파괴해 새 판을 짜겠다는 노 대통령의 생각과 맥이 닿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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