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병원시설을 이용해 서민들을 위한 공공병원으로 만들자." "사업성도 확보하지 못한 공공병원 추진은 억지다."지난해 11월 폐업된 서울 광진구 구의동 방지거병원을 서울시나 국가가 인수해 공공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으나 서울시와 구청이 반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광진시민연대 등 지역시민단체와 종교계, 전교조, 국회의원, 시의원 등 각계 인사들은 27일 '방지거병원 공공병원화를 위한 시민대책위'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방지거병원은 1985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아동병원. 매년 30여만명을 진료해 왔지만 재정악화로 지난해 6월 부도가 났고, 11월5일 문을 닫았다.
대책위는 소규모 재원투자로 방지거병원을 공공병원화해 의료서비스로부터 소외받는 저소득계층에게 양질의 진료를 저렴하게 제공하자고 주장한다. 이중원(40) 실행위원장은 "방지거병원 같은 병상 400여개 규모의 병원을 새로 지으려면 1,000억여원이 들 것"이라며 "적은 비용으로 공공의료시설을 확대할 기회"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 운동이 '현재 10%대에 머물고 있는 공공의료기관 비율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공약과도 맞아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대책위는 98년 목포결핵병원 매각저지투쟁, 99년 지방공사 수원의료원 민간위탁 저지투쟁, 2001년 울산 시립병원 설립추진운동, 올해 시작된 동부시립병원 민간위탁 저지투쟁 등을 예로 들며 공공병원 확충이 사회적 추세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 대책위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도 서울대 김용익 교수 등 참석자들은 "공공병원은 민간병원이 소홀히 여기는 예방의료, 건강증진, 방문의료서비스 등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청과 서울시는 기존 병원시설이 많은 상태인데다 공공병원의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명, 해결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다. 서울시는 "현재 200여병상 규모의 북부노인병원을 신축하고 있고 시립 강남병원과 아동병원을 확충하고 있다"며 방지거병원 공공병원화는 '중복투자'라는 입장이다.
광진구도 "혜민병원과 한양대병원이 있는 데다 800병상 규모의 건국대 병원을 신축 중이어서 지역 주민들에게 큰 불편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책위 간사인 유경혜(32·여) 방지거병원 노조 사무장은 "저소득층 치매노인을 수용하는 공공시설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고 기존 종합병원의 문턱은 이들에게 너무 높다"며 "방지거병원을 만성질환 관리와 치매노인 요양 등 지역민의 수요가 많지만 기존 병원에서 꺼리는 분야로 특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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