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부가 경기 판교 지역의 아파트 분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판교에 유명 학원들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 안은 여론의 반대에 부딪쳐 백지화됐지만 이 뉴스를 접했을 때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판교 지역에 명문 중·고교를 육성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설 학원들을 끌어 온다니? 공교육 실패를 정부가 자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조기유학이나 교육이민이 유행하는 것은 우리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을 보여주는 증거다. 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나라에서 매년 교육제도를 개혁해온 결과가 공교육의 실패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만약 회사가 경영을 이런 식으로 했다면 벌써 망했을 것이다. 공교육 문제니까 경영자에 해당하는 정부와, 노동자에 해당하는 교직원이 함께 반성해야 할 것이다. 공교육이 이렇게 엉망이 된 데 대해 누군가 반드시 책임을 지기 바란다. 정부나 전교조는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놓고 갑론을박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싸워야 할 것이다.
미국 대학들도 예전에는 실력 없는 교수들이 가르치는 과목도 모두 전공필수로 지정해 학생들이 싫어도 부득이 수강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런 학교는 경쟁 시대에 퇴출됐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명문 학원주변의 땅값이 오르는 이유는 해당 지역의 중·고등학교가 독점이라서 경쟁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자.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를 갈 수 있도록 지역 제한을 풀고 정원을 자율에 맡기자. 지원자가 적은 학교는 폐교 시키고 교직원들을 정리해고 할 수 있도록 하자. 만약 자녀를 자유로운 분위기의 학교에서 공부시키고 싶다면 그런 학교에서 공부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반대로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고서라도 명문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한다면 공부를 지독히 시키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하자. 학부모와 학생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라는 것이다.
정부나 전교조는 국민을 섬기고 학생들을 존중하고 민의에 따른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학부모와 학생에게서 학교 선택권을 빼앗고 있다. 정부나 전교조는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를 선택할만한 수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한가지 더 궁금한 것은 왜 판교에만 좋은 학원을 유치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판교에 살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가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은 그저 체념하고 살란 말인지….
김 형 진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교 교수·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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