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라크 현지 반응/"총든 외국군은 누구나 점령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라크 현지 반응/"총든 외국군은 누구나 점령군"

입력
2003.09.30 00:00
0 0

전국민의 관심사인 우리 전투병의 이라크 파병 문제와 관련해 이라크 정치권과 언론은 아직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바그다드에서 만난 정치인 언론인 일반시민들도 대체로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다만 한국의 전투병 파병에 관한 개인적 의견을 물으면 무장한 외국 군대는 미군과 다름 없는 점령군이라며 감정적 반대를 피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미 군정이 허가한 유일한 신문 알-사바흐를 발행하는 이라크국민통합운동(UNM)의 자슨 무함다드 알-이사위(49) 부의장은 28일 한국의 파병에 단호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라크 국민은 미군을 해방군이 아닌 점령군으로 간주한다"며 "다른 외국 군대가 이라크에 들어 온다면 미군을 지원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점령군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이사위 부의장은 유엔결의 하에 이라크 질서유지를 위한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파병해도 반대할 것이냐고 묻자 "이라크 국민은 점령군과 유엔 다국적군을 구분하지 않는다"며 "이라크 안정화 군대라는 것은 그들의 주장이지 우리의 시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라크의 안정과 치안회복은 이라크인의 몫이지 외국 군대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라크 관영 INA통신 국제부장 출신인 아사드 무하마드 무라드(50)씨는 CNN 등을 통해 한국이 파병국 일원이 될 것이라는 보도를 접했다며 그러나 이 문제가 이라크에서는 아직 공론화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치안과 민생 등 눈앞에 걱정거리가 산적해 국제문제와 국내문제를 구분할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그는 총을 들고 들어오면 미군과 다른 외국 군대와의 차이가 무의미해진다며 외국 군대의 파병에 앞서 미국이 이라크에서 상실한 신뢰와 명예를 되찾는 게 급선무라고 충고했다.

알-사바흐 신문의 압둘 나세르 알-둘라이미 편집국장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군이 치안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정치 일정도 분명히 제시하지 않고, 현재의 혼란을 방치한 채 외국 군대에 임무를 넘긴다면 부담과 책임을 떠넘기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미군은 유엔 다국적 군대의 파병에 앞서 그들이 초래한 문제들을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기계 플랜트 시장개척단의 상담회에 참가했던 사미 아베드 그룹의 마흐무드 마흐디 이사는 한국의 파병문제에 관해 개인적 견해조차 밝히길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라크의 경제, 사회 및 정치 안정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라크 최대 재벌 알-분니아 그룹의 무하마드 알라(48) 대변인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목적이 석유를 장악하는 데 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 아니냐"며 "그들은 자신들이 망쳐놓은 치안을 회복해주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는 한국군 파병 문제에 관해선 언론보도조차 직접 접하지 못했다며 대답을 피했다.

주 이라크 한국 대사관의 손세주 대리대사는 일부 현지 신문들이 한국의 파병 검토설과 정부 조사단 입국사실을 보도했지만 과도정부의 반응은 나온 바 없다고 밝혔다. 남북부 지역과 바그다드 일원의 수니·시아파 밀집지역에 따라 입장 차이가 있겠지만 이라크 국민에겐 아직 외국 군대의 파병문제보다 치안과 민생 안정이 더 시급한 현안일 수밖에 없다.

/바그다드=연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