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하이틴 잡지 커버를 장식했고, 하버드 법대 출신으로 일류법률회사 소속 변호사이며, 약혼자는 하버드대 교수라면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도배한' 프라다와 구찌가 조금도 겉치장으로만 보이지 않는다.'금발이 너무해2'(Legally Blonde2·감독 찰스 허먼―웜펠드)의 주인공 엘 우즈(리즈 위더스푼)의 찬란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유서 깊은 보스톤 레드삭스 야구팀의 홈구장인 펜웨이 파크에서 올릴 결혼식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 완벽녀에게도 예기치 못한 시련이 닥친다.
그 시련은 순전히 그녀의 예사롭지 않은 동물 사랑 탓이다. 결혼식장의 화려함에 걸맞게 결혼식 하객을 부르자니 애견 브루저의 생모도 빠뜨릴 수 없었다. 그런데 아뿔싸, 브루저의 생모는 화장품 회사 연구실에 실험용 동물로 잡혀 있다. 브루저의 생모를 구하기 위해 우즈는 동물실험 반대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로 마음 먹는다.
유치하기까지 한 진한 하늘색 아우디 오픈카에, 온통 분홍빛으로 옷이며 책상을 꾸미는 분홍색광(狂)인 데다가 명품병 환자로 비치기 십상인 엘 우즈. 그런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외모가 아니라 과감한 결단력과 실천력이다. 결심하자마자 워싱턴으로 날아가 하원의원 보좌관으로 맹활약을 펼치는 그녀에게 쑥스러움이나 부끄러움은 찾아 볼 수 없다. 바비 인형처럼 분홍빛으로 치장을 하고 국회에 들어가 '나만의 길'을 외치는 엘 우즈는 바로 판타지와 페미니즘의 절묘한 결합물이다.
이 정도로 자신감 넘치고, 정치적으로 깨어 있는 여성에게 어떻게 명품 구두 218 켤레를 샀다고 비난을 할 수 있겠는가.
전편에서 하버드대를 헤집고 다녔던 엘 우즈는 2편에서는 보수 강경파 의원들이 우글거리는 워싱턴에 들어가 동물의 생존권을 위해 코믹하면서도 발랄한 투쟁을 벌인다.
엘 우즈의 기발한 언행과 난관을 돌파하는 슬기를 지켜보는 것은 충분히 즐겁지만 어디까지나 전화 한 통화로 동창생을 일거에 소집한다는 등의 만화적 발상에 동의하는 한에서다.
명품과 신분 상승 욕구와 결혼 판타지 모두를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누리고 싶은 사람을 위한 명랑 페미니즘 코미디. 10월2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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