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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방송교류 "1보후퇴 2보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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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방송교류 "1보후퇴 2보전진"

입력
2003.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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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분야 남북교류가 활기를 띠고 있다. 북한핵 위기로 한동안 주춤했다가 지난달 KBS '평양 노래자랑' 성사로 새 물꼬를 튼 남북 방송교류는 SBS의 사상 첫 중계차 육로 이동, KBS와 북한 조선중앙TV의 드라마 분야 협력 논의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SBS는 10월7일 열리는 '류경(柳京) 정주영체육관 개관 기념 통일농구' 생중계를 위해 1일 중계차 2대 등 방송장비와 제작진 250여명을 판문점을 통해 평양에 파견한다. 남한의 방송장비가 판문점을 통해 육로로 이동하는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KBS가 2000년 '백두에서 한라까지' 특별 생방송을 위해 중계장비를 북한에 보낸 적은 있으나 남포항을 통해 배로 이동했고, 그 밖의 현지 방송 프로그램은 대부분 북측 장비와 제작진의 도움으로 진행됐다.

7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간30분간 전파를 탈 남녀 통일농구 생중계는 SBS 박영만·손범규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신동파 위원이 해설을 맡는다. SBS는 이에 앞서 6일 오후 6시20분부터 1시간40분 동안 유정현 아나운서와 북측 여성방송원이 공동 진행하는 '류경 정주영체육관 개관 기념 통일음악회'를 생방송한다. 공연은 조영남 이선희 신화 베이비복스 등 가수와 성악가 김동규씨, 북측 민요가수가 함께 꾸민다. SBS는 또 5∼8일 체육관 앞에 뉴스세트를 마련, 서두원 앵커의 진행으로 SBS 8뉴스와 아침 7시뉴스를 이원 생방송하고, 7일에는 모닝와이드 3부의 한 코너를 참관단 방북 뒷얘기 등으로 꾸며 현지 생방송할 예정이다.

KBS 박원기 남북교류협력단장과 김현준 드라마제작국장 등은 19∼27일 평양을 방문, 드라마 분야 전반에 걸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돌아왔다. 특히 이번 방북은 북한측이 먼저 드라마 분야 교류·협력을 제의해 성사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남북 합작 드라마는 북한측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합작이 아닌 '주문제작'을 제안해 성사되지 못했다. 박 단장은 "북측은 조선중앙TV가 이미 9부까지 촬영한 사육신 소재 50부작 사극을 KBS가 주문제작 방식으로 사들여 방송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KBS 방북단에게 북한 인민·공훈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사극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 국장은 "주문제작은 전혀 생각치 못한 방식인 데다 시사 필름을 보니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졌다"면서 "검토해보겠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대신 내년 여름 방송 예정인 100부작 대하사극 '이순신'의 오픈세트를 개성에 짓거나 평양 촬영소 시설을 보완해 쓰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북측의 확답을 받지는 못했다. 박 단장은 "남북 교류의 특성상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면서 "그러나 드라마 분야 협력을 위한 첫 발을 디딘 점은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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