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감독 김지운(39·사진)은 행복하다.얼마전 데뷔작인 코믹 잔혹극 '조용한 가족'을 6년 만에 DVD로 낸 데 이어 10월17일 출시 예정인 공포영화 '장화,홍련' DVD가 사전 예약만으로 주요 인터넷 DVD 쇼핑몰에서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 달 사이에 같은 감독 작품이 잇따라 DVD로 나온 경우도 국내 감독으로는 처음이어서 그의 소감은 남다르다.
"조용한 가족 DVD는 마치 6년 전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에요. 반갑기도 하면서 당혹스럽고 부끄러워요." 열악한 국내 필름 보관 환경을 감안할 때 DVD 화질이 기대보다 좋아서 다행이다. "명필름에서 원판 보관을 잘 해준 덕분입니다."
"장화,홍련 DVD의 삭제장면 꼭 보세요."
DVD애호가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장화,홍련' DVD는 과연 어떻게 나올까. "화질을 기대하세요. 극장보다 낫습니다."
원판 필름에서 DVD용 파일로 옮기는 텔레시네부터 색 보정과 육성해설, 부록제작까지 DVD 타이틀 제작의 모든 과정에 관여한 김 감독은 화질을 '장화,홍련' DVD의 최우선 장점으로 꼽았다. "원색 꽃무늬 벽지, 의상 등 화려한 색감이 극장에서 본 것보다 DVD에서 더 잘 살아났지만 가정마다 TV, 프로젝션, 프로젝터 등 시청환경이 달라 어떻게 재생될지 모르겠습니다."
김 감독이 화질 다음으로 내세운 것은 따로 수록된 약 30분 가량의 삭제 장면. "영화를 본 후 관객들이 가졌던 의문에 대한 답이 삭제 장면에 들어 있어요. 처음에는 영화 본 편에 추가해 감독판으로 내놓을 생각이었으나 브릿지 컷(장면과 장면을 연결시켜주는 부분)을 찾지 못해 부록형태로 따로 수록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 감독은 두 자매 역을 맡았던 문근영, 임수정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녹음한 첫 번째 음성해설과 촬영 감독 및 조명 감독이 함께 한 두 번째 음성해설을 꼭 들어보라고 권했다. "배우들과 같이 한 육성해설은 좀 독특할 거예요. 근영이가 많이 울었거든요. 예전 감정이 되살아 나서 그랬는지 울더라구요. 그리고 제작진과 함께 한 육성해설은 영화를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약 500편의 작품을 보유한 DVD마니아
김 감독은 예전에 나온 '반칙왕'을 비롯해 '조용한 가족', '장화,홍련' 등 자신의 DVD 제작과정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에 대한 팬 서비스 차원도 있지만 제 자신이 DVD를 좋아하기 때문에 DVD 타이틀 제작을 영화 후반작업으로 생각하고 공을 들입니다."
그는 3년 전인 2000년부터 DVD에 관심을 갖고 모으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레이저디스크(LD)를 주로 봤는데 화질, 음질이 우수하고 보관과 사용이 편리한 DVD가 나온 이후 DVD를 모으고 있죠." 그가 갖고 있는 DVD타이틀은 약 500편. 36인치 고화질(HD) 소니 TV와 5.1채널 프로암 스피커, 야마하 앰프 등 자신의 홈시어터 시스템을 이용해 1주일에 3, 4편의 DVD를 감상한다.
"DVD로 즐겨보는 분야는 어두운 분위기의 스릴러물인 느와르와 예술영화들입니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육성해설은 물론이고 부록까지 모두 빼놓지 않고 보기 때문에 오래 보는 편이죠. 시청환경은 화질을 중시하는 편이어서 프로젝터급 대화면보다 아직까지 색감과 영상이 선명한 브라운관을 선호합니다."
"이미지로 작품을 빚습니다."
김 감독의 작품 구상은 독특하다. 그는 사진이나 포스터 등 이미지와 신문기사 등을 보고 작품의 실마리를 잡는다. '장화,홍련'은 끔찍한 장면과 달리 의외로 평화로운 사진이 동기가 됐다. "여자 아이들이 손을 잡고 벌판을 뛰어가는 내용의 사진 관련 잡지 표지를 봤는데 너무 평화로웠어요. 소녀들의 평화로운 한때가 영화의 출발점이 된 거죠." '조용한 가족'은 특이한 경험과 신문기사가 바탕이 됐다. 다음 작품은 과연 어떤 이미지를 소재로 빚고 있을까. "아직 구상 중입니다만 느와르나 멜로물을 하고 싶어요. 가을이잖아요."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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