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은 최악의 장기불황에 빠져있다.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과 신용경색으로 인한 할부구매 마비, 여기에 정부의 특소세 인하조치로 중고차를 고르려던 구매자마저 신차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 성부경(58·사진) 서울자동차매매조합 고문은 이 같은 위기상황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중고차 매매딜러의 신뢰구축으로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다"며 서울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 내에 '중고차 아카데미'를 설립했다.34년간 중고차 매매 외길을 걸어 업계 대부로 통하는 성 고문은 "연 15조원 규모의 중고차 시장과 7만여명에 달하는 관련 종사자들이 생존하는 길은 유통질서를 현대화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 뿐"이라고 역설한다. 국내 중고차 거래대수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189만대로 신차 판매대수가 160만여대와 비교해 약 1대1 비율을 이뤘다. 그러나 일본, 미국, 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은 중고차와 신차의 판매비율이 2대1에서 4대1정도로 중고차 매매비율이 훨씬 높아 앞으로의 시장잠재력은 매우 우수하다.
지난달 말 첫 학생을 받은 중고차 아카데미는 중고차 매매업소 직원들과 새로 중고차 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2∼8주 과정의 교육을 진행한다. 수강생들은 하루 4시간씩 자동차관계 법령 자동차 진단과 평가 기법 자동차 매매 관리업무 전문교육과 예절 교육을 받는다. 교육비는 39만원. 성 고문은 "교육과정 이수자는 전공에 따라 진단사, 매매사 등의 민간 자격증이 부여되며, 100% 취업을 보장한다"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서울시자동차매매조합 소속업체 직원들은 모두 중고차 아카데미를 수료하도록 의무화하고, 새로 채용하는 직원들은 반드시 이 교육과정을 거쳐서 현장에 배치하기로 했다.
성 고문은 "장안평 등 재래 중고차시장이 인터넷이나 경매 등 새로운 유통망에 대한 대응을 신속하게 하지 못했지만 딜러의 소양과 신뢰도가 높아진다면 재래 중고차 시장에도 아직 기회는 있다"며 "여기에 중고차 구입 후 2,000㎞, 3∼6개월 내에 주요부품이 고장이 나면 무료 수리해주는 품질보증제도를 다음달부터 도입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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