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신경식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내각제 공약으로 심판을 받자"고 말한 데 대해 청와대와 통합신당은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어나는 등 정치권 전체가 내각제 공방으로 뜨거워지고 있다.통합신당측은 29일 신 의원의 발언을 겨냥, "정권 찬탈 음모이며 지역구도 고착을 획책하는 추악한 기득권 지키기"라고 맹비난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이날 창당주비위 운영위원회에서 "분열적 지역주의와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의도"라며 "참여정부가 발족한 지 수개월 밖에 안됐는데도 권력정치에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도 "내각제는 지금 언급할 시점도 아니다"며 "꿈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역풍을 우려, 조기 진화에 나섰다. 최병렬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국정감사가 진행중인데 내각제 문제로 당내 소란이 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런 저런 뒷얘기가 나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함구령을 내렸다.
홍사덕 총무도 "국감 기간에는 국감 이외의 어떤 문제도 언급하지 않겠다"고 입을 다물었다. 민주당 분열로 정국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 내각제 주장은 '야합에 의한 권력 빼앗기'라는 비판을 받을 뿐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중진과 소장파간 내부 갈등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김용균 의원 등은 "총선 전에라도 합의해서 빨리 진행시키자"고 주장했지만 홍준표, 오세훈 의원 등은 "실패주의 발상", "대선 직후 정치도의가 아니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야권의 내각제 논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책임추궁 차원에서 탄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은 직접적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총선 결과나 노 대통령의 행동에 따라 내각제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박상천 대표는 28일 "한나라당과 접촉이 없고 노선도 다르다"고 부인하면서도 "총선서 다당제 구도가 될 경우 정국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여운을 남겼다. 김경재 의원은 "내각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장고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간 암묵적 공조체제가 가동될 경우 내달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내각제가 공론화할 가능성도 높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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