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29일 긴급 최고위원·상임고문 간담회를 열어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초유의 배신행위", "철새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한 뒤 "중간평가를 하거나 재신임을 묻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정균환 총무는 "정당정치를 파괴하고 정치개혁을 배반하는 반개혁적 행보"라며 "무책임하고 안하 무인격인 처사"라고 맹렬히 공격했다. 김경재 의원은 "이런 분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김상현 고문은 "대선 때 민주당 후보를 찍은 지지자들이 노 대통령의 탈당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며 중간평가를 요구했다. 장재식 사무총장도 "양심 있는 정치가라면 신임을 묻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가세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날 "청와대가 한나라당과 통합신당에는 미리 탈당 사실을 알려줬지만 우리에게는 일언반구 얘기가 없었다"며 "앞으로 우리를 왕따시키겠다는 의도냐"며 흥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인태 정무수석이 오전 10시 조금 넘어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와 통합신당 김근태 원내대표에게 전화로 대통령 탈당을 통보했으나 민주당 정균환 총무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유 수석은 언론 보도가 나오고 한참 뒤인 이날 오후에야 정 총무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날 노 대통령에게 "이제 신당으로 가라"고 압박했다. 최병렬 대표는 외신기자클럽 회견에서 "노 대통령이 당적을 갖지 않으면 이중적 행동으로 비칠 것"이라며 "신당은 '개혁을 위한 당'이라고 찬양하고, 민주당을 '반개혁 세력'이라고 매도하면서 신당에 가지 않으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 대통령이 '통합신당=노무현당'이라는 본색을 감추려고 무당적을 가장하는 것은 '곡예정치'의 전형"이라며 "여당의 분열에 따라 출현한 헌정사상 초유의 정국구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 구상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통합신당은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면서도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를 우려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대통령에게 공공연히 탈당을 요구하는 수모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탈당은 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신당 입당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재정 의원 등은 즉각 신당에 합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일부 의원은 창당과정이 마무리되는 12월이나 내년 총선 이후 입당을 선호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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