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9일 민주당 탈당을 선언, 역대 대통령 중 네 번째로 당적을 버린 대통령이 됐다. 1997년 11월 민주당 전신인 국민회의에 입당한 지 5년10개월만의 탈당이다. 그러나 이전 세 명의 대통령이 모두 대선이 임박한 시기에 탈당했던 것과 달리 노 대통령은 잔여임기가 4년5개월이나 남은, 취임 7개월 만에 당적을 버려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임기 중 여당을 탈당한 첫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92년 3·24 총선 당시 충남 연기군 관권선거 파동으로 정치권으로부터 대선 공정관리에 대한 압박이 커지자 같은해 9월18일 당적을 버렸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돈인 SK그룹에 대한 이동통신사업 허가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민자당 김영삼 대선후보측과 갈등을 빚었던 게 주된 계기였다. 노 전 대통령은 YS측과 사전 상의하지 않고 탈당을 발표해 버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자신도 97년11월7일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을 전격 탈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측과 큰 갈등을 빚었다. 김 전 대통령은 한보사건, 아들 현철씨 구속,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 지원 의혹 등으로 매우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었다. 여기에 검찰이 DJ 비자금 수사를 유보하자 이 후보측이 노골적으로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결정적인 사건은 대구에서 열린 한나라당 집회에서 YS인형이 구타 당했던 것. 청와대는 그 직후 일방적으로 탈당을 결정해 버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해 5월3일 최측근이었던 권노갑 전 고문이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 구속되자마자 6일 탈당을 발표했다. 당시 세 아들 비리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던 때라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치적 고려의 측면이 컸다"는 시각도 있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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