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시에서 16∼18일 벌어진 일본인 단체 매춘관광 사건에 대한 중국 내 비난여론이 비등하면서 중―일간 외교적 마찰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관영언론은 29일'일본인 집단 매춘'이란 제목의 기사를 대서특필하며 일본 관광객들의 행태를 비난했다. 언론은 또 목격자의 말을 인용, 3일간 문제의 주하이국제회의센터 호텔에서 있었던 일본 관광객들의 행태를 자세히 소개해 민족적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인상을 주었다.
중국 네티즌들도 앞 다퉈 일본을 비난했다. 26일 사건이 처음 알려진 뒤 28일 정오까지 최대 중국어 사이트인 '시나 닷 컴'에는 1만4,700여 명이 일본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네티즌들은 시점이 일본의 본격적인 만주침략 신호탄이 된 '9·18 만주사변' 72주년과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며 "일본이 중국의 국치일에 우리를 능욕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네티즌은 '추한 일본인, 추한 중국인'이란 제목으로 양비론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글도 올랐다.
중국 외교부는 29일 일본 대사관 직원들을 소환해 강력한 분노를 표명했다. 외교부는 또 웹사이트에 성명서를 게재, "불쾌하고 불법적인 이 사건이 중국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며 "중국은 일본 정부가 이와 관련해 자국민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또 이 사건을 중시하며 철저한 내부 단속에 나섰다. 광둥성과 주하이시 공안기관은 26일부터 일제조사에 나서 문제의 호텔을 영업정지 시키고 관련자들을 체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중국에서 이처럼 확대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대내외적 문제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9·18 만주사변과 결부시킨 것은 국민 감정을 이용해 높아지는 실업률과 빈부격차 등 국내문제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최근 일본이 미국과 함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중국 당국이 강력해진 인터넷 매체 여론의 힘에 끌려가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평성주식회사측은 28일 "연례 사원여행으로 9월 중순 주하이국제회의센터 호텔에 사원 200여명이 숙박했다"며 "참가 사원과 거의 같은 수의 접대부를 불러 다른 호텔에서 연회를 갖기는 했지만 매춘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일본 신문들은 29일 이 사건을 중국언론 보도와 중국 외교부의 논평을 그대로 인용해 사회면에 보도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중국에서 매춘은 금지돼 있지만 공공연히 이뤄져 관할 공안당국자의 부업이 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며 "주하이의 풍속산업은 폭력조직이 관리하고 있어 말썽이 적고 안전하다는 평판으로 주하이 시당국도 관광자원으로서 묵인해온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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