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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16>패트릭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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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16>패트릭 화이트

입력
2003.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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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9월30일 오스트레일리아 소설가 패트릭 화이트가 기다란 병고 끝에 시드니에서 작고했다. 향년 78세. 197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화이트의 죽음은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가 치러진 뒤에야 언론에 공개되었다. 실상 화이트는 작가 생활 내내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언론에 침해 당하는 것을 경계하고 거부해왔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싫어서 자신의 노벨상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을 정도였다.화이트는 런던에서 태어나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를 오가며 성장기를 보냈다. 케임브리지대학 킹스칼리지에서 불문학과 독문학을 전공한 그는 제임스 조이스를 연상시키는 실험 소설들을 쓰며 20대를 보냈다. 패트릭 화이트라는 이름을 국제 문단에 널리 알린 것은 45세 때인 1957년에 발표한 장편 '보스'다. 1840년대를 배경으로 요한 보스라는 독일인의 오스트레일리아 내륙 탐험을 온갖 신비주의적 상징 속에 버무려낸 이 소설은 1848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에서 죽은 루드비히 라이햐르트라는 실존 독일인의 생애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소설 속에서 보스는 시드니에 사는 로라 트레블리언이라는 여성과 일종의 텔레파시를 나눈다.

화이트의 몇몇 소설과 희곡들은 시드니 교외의 사서패릴라라는 가공(架空)의 마을을 무대로 삼고 있다. 말하자면 화이트의 사서패릴라는 윌리엄 포크너가 자신의 '남부 소설들'의 무대로 창조해낸 바 있는 요크나파토파와 비슷한 역할을 했던 셈이다. 화이트는 이 사서패릴라를 무대로 주로 사회에서 따돌려진 아웃사이더들, 불우한 사람들의 삶과 느낌을 신화와 상징과 우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들 속에 담아냈다. 만년의 화이트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인권이나 환경 보호, 동성애의 권리 같은 사회적 쟁점들에 관해서 직설적으로 발언했다. 화이트 자신이 동성애자이기도 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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