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철학자 송두율(59·독일 뮌스턴대) 교수가 국가정보원측에 우리나라의 실정법 준수 의사를 전한 것으로 28일 밝혀짐에 따라 송 교수가 그 같은 입장을 표명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송 교수는 그 동안 정부 관계기관의 전향서나 준법서약서 작성 등 요구 때문에 번번이 귀국이 무산됐었다. 그는 "형식적인 조치인 만큼 작성해도 무방하지 않느냐"는 주변의 권유에 대해 "준법서약서 작성 등의 요구는 남·북한 중 한 곳을 선택하라는 말인데, 양쪽을 모두 안고 민족에 기여하려는 내 입장에서는 따를 수 없다"고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송 교수의 이번 실정법 준수 의사 표시는 "사실상 과거 행적에 대한 반성의 뜻"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송 교수는 여전히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동했다"는 국정원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으나 자신에 대한 일부의 곱지 않은 시선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1994년 당시 김철수 명의의 초청장을 받아 방북한데 이어 김일성 장례식 때 참석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있던데 대해 어떤 형식으로든 국민에게 해명과 이해를 구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수사당국에 자신에 대한 면책 근거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감지된다. 실제 국가정보원 및 정부 수뇌부나 송 교수 신병처리 문제를 떠맡게 된 검찰은 현재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사실상 정부 초청으로 37년만에 고국 땅을 밟은 송 교수를 법대로 처리하기도, 노골적으로 봐주기도 난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송 교수의 발언은 검찰의 부담을 낮춰주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검찰이 "송 교수가 '실정법을 지키겠다'고 밝히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만큼"이라는 이유를 붙여 처리 수위를 낮출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송광수 검찰총장이 26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고 밝힌데다 검찰이 정식 준법서약서를 요청할 가능성 등의 변수도 있어 송 교수 발언의 효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박진석기자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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