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전용을 주장하는 단체와 한자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단체 간의 알력이 다시 일고 있다. 어문정책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은 이번에는 국회가 주무대가 되고 있다. 마침 한글날을 앞두고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최근 한글전용을 원칙으로 어려운 한자어, 잘못 표기된 외래어, 외국어는 쉬운 우리말로 바꿀 것을 골자로 하는 국어기본법이 입법 예고됐다. 반면 여야 국회의원 85명은 정부·자치단체의 예산으로 한자사용을 독려하도록 의무화하는 한자교육 진흥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맞불을 놓았다.한글학회 등은 "법안이 국한문혼용을 명기하지는 않지만 정부가 한자의 일상화를 독려토록 함으로써, 한글전용 원칙의 기존 어문정책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비난에 나섰다. 반대로 국한문혼용을 주장해온 한국어문교육연구회는 학술대회를 열어 당위성을 호소하고 있다. 국어교육은 국어의 70%를 넘는 한자어를 제쳐놓고 이루어질 수 없으며, 한자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조어(造語) 능력도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어문정책을 좌우할, 상반되는 법안이 국회에서 각축하게 된 현실이 어처구니가 없다. 양측 주장에 모두 일리 있음도 부인할 수 없지만, 한자가 국어의 일부분임을 고려할 때 현실적 절충점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초·중·고교에서 한자교육을 좀더 내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것이 우리 말을 오히려 풍부하게 하는 길이며, 특히 한자문화권인 동북아에서 고립되지 않으려면 그래야 한다. 지금의 한자교육은 형식 차원에 머물러 있다. 가족 이름을 한문으로 정확히 쓰고, 도로표지판 정도의 한자는 읽게 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과 생활은 분리해야 한다. 일상 생활에서 국한문혼용은 말할 것도 없고, 가능한 한 한자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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